국보 태종무열왕릉비

지면으로 보는 숨겨진 경주 동대신문l승인2022.01.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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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무열대왕지비’ 여덟 글자 새겨져

쓰임새 모양새 중심으로 감상하면 시대상 알려줘

▲ 태종무열대왕지비 여덟 글자가 새겨져 있는 태종무열왕릉비 머릿돌.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도시, 경주’

경주를 둘러본 외국인들이 경주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말이다.

시내 한가운데 밀집한 대형 무덤들과 어우러진 도시 풍경이 주는 감흥으로 시내 고분들은 대부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인 4C~6C 사이 왕을 마립간이라 칭하던 시기의 것이며 삼국통일 이후로는 무덤들이 도심을 벗어난 외곽에 주로 조성되는데 이 무덤들이 2백여 기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무덤 중 피장자가 정확하게 밝혀진 무덤의 하나는 거북이 모양의 비석 받침인 귀부와 머릿돌이 남아있는 태종무열왕릉인데 비석 머릿돌에 ‘태종무열대왕지비(太宗武烈大王之碑)’ 여덟 글자가 새겨져 있어 앞의 무덤이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무덤임을 밝히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이 비석은 비문이 적힌 몸돌은 없어졌다.

하고많은 동물 중 왜 거북이가 비석을 바치고 있을까?

중국의 전설에는 용왕에게 아홉 자식 있다고 하는데 이를 용생구자설이라 부른다. 이 중 비희는 거북이의 등딱지에 용의 몸을 하고 있고 무거운 것을 받치기를 좋아한다는데 이것이 우리나라로 전해진 것이다.

또 다른 의견은 비석이 오래도록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장수하는 동물 중 다리가 가는 학이나 사슴보다는 등껍질이 단단해 무거운 돌을 올려도 오래도록 받치고 있을 것 같은 거북이가 제격일 것 같은 유감주술로 수험생에게 엿을 선물로 주고 시험 치는 날 아침 미역국을 먹지 않는 것과 같은 풍습이다.

▲ 앞 발가락 5개(왼쪽), 뒤 발가락 4개(오른쪽)인 무열왕릉 귀부.

목을 앞으로 쭉 뻗어 먼 곳을 바라보며 이빨을 꽉 깨물고 굳은 결심을 한 듯 힘차게 달려가는 이 무열왕릉 귀부는 경주시내에 남아있는 여느 귀부와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거북의 발가락 개수인데 보통의 귀부는 실제 거북이와 같이 앞뒤 발가락이 5개인데 무열왕릉 귀부의 발가락은 앞발이 5개, 뒷발 4개로 조각돼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이는 거북이가 최고의 속도로 달려나갈 때 뒷발가락의 엄지발가락을 모래 속에 쿡 찍어 넣어 지지대 삼아 달려나가는 모습을 그대로 조각한 것으로 삼국이 전쟁하던 시기 신라가 삼국통일의 굳은 결심을 하고 최고의 속도로 앞을 향해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있는 숭복사지 귀부는 목을 등껍질에 딱 붙인 채 발가락을 아예 접어 버려 달려 갈려는 의지 없이 제자리에 안주하고자 하는 모습이 엿보이는데 이 조각은 신라가 무렵인 9C~10C 작품으로 신라가 더 이상의 개혁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던 신라 말기의 시대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삼국 통일기 조각된 무열왕릉 귀부(완쪽)와 신라말기 조각된 숭복사지 귀부(오른쪽).

이렇듯 그 유물들은 유물마다 조성 시기의 시대상을 그대로 담고 있으니 ‘왜 거북이가 비석을 바칠까?’ 하는 쓰임새, ‘왜 발가락 개수가 다를까?’ 하는 모양새를 우선으로 유물을 감상하는 것이 문화재 감상법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무열왕릉 뒤편 나지막한 언덕에는 무열왕의 아버지, 할아버지 정도의 무덤으로 여겨지는 무덤 네기가 경주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날 등산이 귀찮다면 무열왕릉 뒤편언덕을 산책하며 나지막한 시내 건물들 사이로 솟아 있는 대형 고분들을 내려볼 것을 추천한다.

문화유산해설사

신라마을 대표

이 진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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