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역행한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해야

역사학회, 국정 역사교과서 오류 1, 2권 합쳐 400~500건 이른다고 발표 배재환 기자l승인2016.1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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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환 기자

▲지난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후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박근혜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밀어붙인 후 집필진 선정부터 밀실 제작까지 발행계획부터 비판을 받았던 국정 역사 교과서였다. 현장검토본이 발표된 직후부터 홍보물에 잘못 그려진 태극기, 탐라국을 일본 영토로 표기 한 그림이 지적된 것에 이어 수많은 오류는 물론이고 내용 자체가 친일 합리화, 독재 미화 등이 편향되게 기술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정 역사 교과서가 ‘박근혜표 효도 교과서’라는 혹평에 직면한 이유다.

▲역사교육연대를 비롯한 역사학회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분석한 결과 중학교 국정 역사교과서의 오류가 한 쪽당 1.5건 가량이고 1,2권을 합치면 400~500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역사적 사실을 틀리게 기술한 것은 물론이고 최근 연구를 통해 오류로 밝혀지거나 학회에서 쓰지 않는 과거 사료가 들어간 부분도 많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사 영역에서 박정희라는 단어는 20회 이상 사용하며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을 대폭 늘린 것과 대조적으로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년간의 역사는 4페이지 분량이 전부였다. 친일파의 범위에서 군인, 경찰, 사법관료와 언론 사주를 빼기도 했다. 정부는 대다수의 역사학자와 역사교사들이 반대하고 있는 국정교과서를 뉴라이트 시각을 투사해 완성했고 이제 이를 일선 학교에 강요하려 하고 있다.

▲전 세계 나라의 교과서가 출판 보급 되는 과정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국가가 직접교과서의 전체 제작과정을 책임지는 국정교과서, 민간에서 개발해 국가나 시도 교육청의 심의나 인정을 거치는 검-인정제 교과서, 민간이 정부기관의 검인정 절차 없이 출판하는 자유발행제 교과서이다. 전 세계에서 국정교과서 체제인 나라는 북한, 이라크, 방글라데시 등 주로 독재 혹은 후진적 성향의 국가들일 뿐 선진국 가운데 국정교과서 제도를 채택한 나라는 없다. 이처럼 정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하려는 계획 자체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국정 역사 교과서는 폐기되어야 한다. 정부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아닌 기존 검정교과서 체제에서 현행교과서의 편향과 오류 논란에 대한 검증절차를 강화했어야 한다. 오류 지적과 편향성에 대한 반발이 심상치 않자 교육부는 현장 검도본 공개는 예정대로 하되 현장적용 방안은 국민 의견을 청취한 뒤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도 ‘그대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가 대통령 눈치를 보면서 불량 국정교과서 제작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 역사 앞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국가가 단일한 역사관을 주입하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오류였다. 정부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포기하고 국정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는 학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배재환 기자  bjh9222@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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