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사망에 유족을 겨냥한 비방글 도 넘어

사회 전체가 상식과 이성을 찾고 엄중한 경고와 책임 추궁을 해야 배재환 기자l승인2016.10.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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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환 기자

▲ 지난해 11월 14일 쌀값 인상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던 농민 백남기씨가 끝내 숨졌다. 이 와중에 백씨의 사망진단서가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돼 사망원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사망진단서는 수사당국에게 백씨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을 하겠다는 빌미를 제공했다. 유족이 부검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수사당국은 유족과 협의하지 않은 채 ‘부검시도’에 나서고 있다. 백씨의 사망 소식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경찰 병력이 배치되면서 시민들과 무력충돌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 이러한 논란 가운데 농민 백남기씨와 유족에 대한 사회 일각의 혐오가 도를 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유족을 겨냥한 근거 없는 비방글이 확산되며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나타났던 ‘유족 혐오’가 되풀이 되고 있다. 보수성향 단체인 자유청년조합은 백씨 주치의가 “연맹치료를 유족이 원치 않아 최선의 진료를 받지 못하고 병사로 기재했다”고 발표한 것을 근거로 백씨의 자녀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극우 행동단체 ‘엄마부대’는 유족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며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주치의를 지지하고 나섰다. 고인의 둘째 딸이 시댁 모임에 참석하느라 외국에 갔다가 임종을 지키지 못한 걸 매도하는 극단의 몰상식에 새누리당 의원까지 가세했다.

▲ 지난달 26일에는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학생이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에 ‘백남기 사망 – 지긋지긋한 시체팔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칼럼에는 ‘전태일 분신 ‘자살’ 사건, 미선이 효순이, 세월호 그리고 백남기… 또 시체팔이가 시작됐다’는 내용이 실렸다. 지성인이라는 대학생이 사람 목숨을 두고 ‘시체팔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충격을 넘어서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백씨가 위법을 저질러 폴리스라인을 넘었다고 하더라도 물대포에 맞았든 빨간 우비를 쓴 남자에게 맞았든 우리나라 국민이 시위를 하다가 입은 상해로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시체팔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명백한 반인륜적 행위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보수든 진보이든 사람 목숨을 갖고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 이들은 백씨가 경찰의 물대포로 사망한 사실이 당시의 영상기록과 의료기록으로 명백히 드러났다는 점은 애써 외면한다. 백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도 일절 거론하지 않는다. 도리어 백씨 사망의 책임을 유족에게 돌려 모욕하고 헐뜯는다. ‘사람의 길을 포기한’ 심각한 윤리의 실종이다. 백남기씨의 죽음이나 세월호 참사를 두고 ‘시체팔이’ 따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욕보이는 형태는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사회 전체가 상식과 이성을 찾고 엄중한 경고와 책임 추궁을 해야 마땅하다.

 

※ 이 기사는 15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배재환 기자  bjh9222@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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