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그리고 적면 공포증

동대신문l승인2022.08.31 10:1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이덕락 (포스코 교육재단 이사장)

이글거리던 태양이 많이 겸손해졌다. 뜨거웠던 여름 밤의 축제도 끝이 났다. 가을이 왔다. 이제는 돌아 와 거울 앞에 서서 지난 여름을 반추해 본다. 나는 왜 푸른 해변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화려한 춤을 추지 못했는가? 왜 마지막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후회만 하다가 돌아 왔는가? 나는 왜 좀 더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했는가?

3년 가까이 우리 곁을 맴돌고 있는 코로나로 인해 모두들 지쳤다. 외출이 줄고 사회적 만남이 적어지면서 답답함, 외로움 그리고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소위 코로나 블루가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 있다. 지난 여름 푸른 해변에서 화려한 춤을 추지 못한 이유도 내가 코로나 블루에 걸려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적면 공포증을 가진 학생이 있었다. 이성 앞에만 가면 얼굴이 온통 빨갛게 변해 버린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적면 공포증에 대해 이렇게 해석한다. 이 학생은 이성 앞에서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자기 스스로 적면 공포증을 만들어 냈다. 적면 공포증을 핑계로 이성 앞에 아예 나가지 않고 자기 스스로를 감금 시킨다. 가끔 홀로 술잔을 비우면서 후회도 해보지만 그래도 적면 공포증을 만들어 그 속에 꽁꽁 숨어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합리화 한다.

우리는 코로나 블루와 적면 공포증의 기능적 유사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블루는 적면 공포증의 대용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내가 지난 여름 푸른 해변에서 화려한 춤을 추지 못한 이유는 코로나 블루가 아니라, 코로나 블루로 위장 시킨 적면 공포증 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블루를 포함하여 세상에는 수 많은 적면 공포증 대용품들이 있고, 상당 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이것들 속에 자신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마지막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망설이기만 했다. 그냥 멍하니 무대 아래에 관객으로만 앉아 있었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는 목소리 높혀 외친다. 스스로 적면 공포증을 만들지 말라. 미움받을 각오를 하고 부딪치라. 상처받을 각오를 하고 부딪치라. 부딪쳤을 때 실제로 미움을 받거나 상처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걱정이고 기우일 뿐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용기를 내어 이성과 몇번 부딪치면 적면공포증은 저절로 사라진다. 거꾸로 당신을 보고 얼굴을 붉히는 이성이 있을 수도 있다. 관계에서 오는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된다. 평면적인 삶이 입체적 삶으로 바뀐다. 변화에서 오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고, 성장하는 내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나에게 익숙한 것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 참된 나를 찾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를 벗어 나야 한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고치를 부수고 나와야 한다. 애석하게도 이것은 비가역 과정이다. 나비가 되면 애벌레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지만, 애벌레는 나비의 화려한 삶을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헤르만 헤세가 알을 깨고 나오라고 아무리 목소리를 외쳐도 누군가에게 그것은 단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하지만 헤세는 빈말을 하고 있지 않다.

나는 선택해야 한다. 익숙함 속에 안주하여 내일도 오늘처럼 그냥 그렇게 살아갈 것인가? 용기를 내어 불편함 속으로 뛰어 들어가 내일은 오늘과 다른 나를 만날 것인가? 이 가을에 깊이 성찰하고 올 겨울 혹한 속에서 나 자신을 단련하자. 그리해서 더 이상 코로나 블루를 핑계 대지 말자. 용기를 내어 나 자신을 해방시키자. 새로운 나 자신을 만나 뜨겁게 포옹 하자. 내년 여름에는 푸른 해변에서 화려한 춤을 추도록 하자.


동대신문  dgumedia@naver.com
<저작권자 © 동대신문 경주캠퍼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대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신문사소개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38066 경상북도 경주시 동대로 123 (석장동, 동국대학교경주캠퍼스)   |  대표전화 : 054)770-2057~8  |  팩스 : 054)770-205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영
Copyright © 2022 동대신문 경주캠퍼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