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다는 것의 위로와 힘

환경 프로그램을 이어나가며 동대신문l승인2022.07.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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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BC울산방송 조민조PD

 2019년이니, 시간이 꽤 지났다. 당시 환경 관련 특집방송을 제작하는 기회를 얻었다. ‘지역’에서 ‘환경’ 프로그램이라? 고민이 시작됐다. 환경 관련해서야 얼마나 많은 대작들이 넘쳐나는가 말이다. KBS의 ‘플라스틱 지구’라든지 EBS의 ‘인류세’같은, 스케일이 크고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여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들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고백이랄 것도 없이 솔직히 말하자면 플라스틱을 찾아 태평양 한 가운데를 가고, 세계적인 석학이나 전문가들의 심각한 인터뷰를 담는, 그런 비슷한 패턴으로 제작해서는 그 이상의 메시지를 담아낼 자신이 없었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제작비와 전파를 낭비하는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즐겁고, 편하게. 그러면서도 심각성은 놓지 않고, 일상과 문화로 환경에 접근하는 것’ 오랜 고민 끝에 콘셉트를 정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조금 다른 풍경들이 보였다. 거대한 담론 같아서 감히 손대기도, 생각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 문제들을 ‘현실’로 끌어 낸 사람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다.

불필요한 포장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마트에서 바로 비닐, 플라스틱 포장재를 버리고 오는 ‘플라스틱 어택’을 하는 사람들. 시장에서 장을 볼 때 말 그대로 과일이며 채소를 ‘알맹이’채로 에코백에 넣어가도록 소소한 이벤트를 벌이는 사람들. 딱 일주일만이라도 ‘일회용 컵 없는 카페 거리’를 기획한 카페 사장님들까지. 특집 2부작 ‘필환경시대의 지구수다’는 이런 행동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이야기들의 공통점이 보인다. ‘혼자’하는 활동이 없다는 것이다. ‘아껴서 뭐한다고’, ‘지지리 궁상이다’, ‘이거 하나 한다고 세상이 달라져?’ 이런 주변의 눈총을 이겨낼 수 있는 건 함께 하는 이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특집 이후 정규방송으로 ‘필환경시대의 지구수다’를 론칭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이 바로 여기다. 정규 방송은 제작진이 선발한 ‘시민운영진’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게 이름은 ‘착해家지구’로 정했다.

2020년 시즌1에서는 울산 지역 최초로 플라스틱 대체물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하며 방송을 이어나갔다. 지난해 시즌2에서는 플라스틱, 유리, 캔, 우유팩 등을 깨끗하게 가지고 오면 무게만큼 현금으로 보상하는 ‘자원순환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원순환’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6,7개월 간 지역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운영하며, 동시에 방송을 제작하는 것은 방송사로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덕분일까. 제로웨이스트숍을 찾은 이들은 7천여 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자원순환가게에서 울산 시민들이 함께 모은 자원(재활용품)은 6.4톤에 이른다.

환경에 관해서 열심히 각자의 몫을 해내고 있었던 사람들, 환경에 대한 마음은 진심인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 막막했던 이들에겐 어쩌면 이런 ‘공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서로를 발견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공간 말이다.

프로그램의 이름과 비슷한 ‘지구수다 착한실천’이라는 플로깅(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것) 활동이 이어졌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바닷가에서 일회용 컵을 수거하는가 하면, 산에서 플로깅 후 깨끗하게 씻어 자원순환가게에 분리배출하는 일들이 이뤄졌다. 내가 사는 우리 지역에서 필환경에 대한 공감과 연대가 시작됐다. 함께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로와 힘을 준다는 것을, 환경 프로그램을 이어나가며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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