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의 다리와 계단

역사기행 길라잡이 동대신문l승인2022.07.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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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같은 다리, 청운교·백운교-연화교·칠보교

서로 다른 공간 연결하는 48대원교·보타락가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승과 저승, 지상과 천상같이 서로 다른 공간을 넘어갈 때는 강을 건너가거나 다리를 건너간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아케론(비통의 강), 기독교의 요단강, 불교의 삼도천 등이 대표적이며 절에서도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해탈교, 금강교 등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건너는 다리 중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곳이 순천 선암사의 승선교(보물) 등이 있으며 독특한 이름을 자랑하는 다리는 양산 통도사의 반월삼성교(半月三星橋)로 마음 ‘심(心)’ 자를 풀어헤친 이름이다.

▲ 무지개 모양의 홍예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운 순천 선암사 승선교(왼쪽)와 마음 ‘심(心)’ 자를 뜻하는 양산 통도사의 반월삼성교(오른쪽).

 불국사에서는 말 그대로 불국(佛國), 부처님 나라로 가는 두 가지 길을 가르쳐 주는데 그 첫 번째 길이 ‘청운교·백운교’를 통해서 가는 길이고 두 번째 길이 ‘연화교·칠보교’를 통해서 가는 길이다.

그런데 막상 불국사에 가 보면 ‘청운교·백운교’, ‘연화교·칠보교’, 분명 다리 ‘교(橋)’자를 써서 다리라고 이름을 붙이고 그렇게 부르고 있으나 막상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무엇을 건너가는 다리 보다는 그냥 위로 오르는 계단에 가깝다.

일주문을 지나 청운교·백운교 쪽으로 오려면 금강교와 해탈교를 지나게 되는데 이 다리들은 그리 규모가 크지 않지만 누가 봐도 다리이나 ‘청운교·백운교’, ‘연화교·칠보교’는 누가 봐도 계단으로 보인다.

계단은 위에서 아래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으로 대웅전이나 극락전 등의 건물로 올라가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 비 오는 날 수구로 물이 흐르는 모습.

이에 반해 다리는 서로 다른 공간을 이어주거나 건너가는 것인데 ‘청운교·백운교’, ‘연화교·칠보교’가 만들어진 통일신라 당시에는 이 다리들이 있는 축대 앞쪽에 구품연지라는 연못이 있었기 때문에 생김새는 계단같이 생겼으나 연못을 건너가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다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1970년대 초 진행된 발굴을 통해 구품연지로 추정되는 연못 자리를 확인했으나 관람 동선을 막는다는 이유로 메워져 연못은 볼 수 없으나 지금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축대 앞으로 튀어나온 수구가 바로 그것이다. 비 오는 날이면 수구를 통해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 이 수구를 통해 연못에 물을 채운 것이다.

 연못을 건너가도록 한 기능적인 면 외에도 이 다리들은 인간의 나라와 부처님의 나라를 이어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다리 아래쪽은 인간들의 나라, 다리 위쪽은 부처님의 나라를 의미한다.

▲ 국보 청운교·백운교(왼쪽)와 보물 대웅전(오른쪽). 다리 위쪽에 자하문이 있다.
▲ 국보 연화교·칠보교(왼쪽)와 극락전(오른쪽). 다리 위쪽에 안양문이 있다.

청운교·백운교’를 통해 가는 것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기 위한 길로 다리를 오르면 자줏빛 노을을 뜻하는 자하문을 지나 깨달으신 부처님 즉,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에 이르게 된다. ‘연화교·칠보교’를 통해 가는 것은 선한 업을 쌓아 극락으로 가는 길로 다리를 오르면 마음을 편안히 하고 몸을 쉬게 한다는 안양문을 지나 극락세계를 관장하는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에 이르게 된다.

즉 부처님의 나라인 불국에 이르는 길은 깨달음을 얻어 성불을 이루거나 착한 업을 쌓아 극락왕생하는 것이라는 불교의 교리를 건축에 내포라고 있는 것이다.

▲ 극락전과 대웅전을 잇는 48대원교(왼쪽)와 관음전으로 오르는 보타락가교(오른쪽).

이 밖에도 불국사에는 대웅전 영역과 관음전 영역을 잇는 보타락가교(혹은 낙가교), 극락전 영역과 대웅전 영역을 잇는 48대원교 등도 있는데 낙가교는 관음전에 이르는 것이기에 관세음보살의 거처인 보타락가산(補陀落迦山)을 딴 이름으로 높은 산을 의미하기 위해 다리를 가파르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48대원교는 아미타불께서 보살 시절에 48가지의 큰 뜻을 세우고 이를 다 이룬 후 성불에 이르렀음을 표현한 것으로 다리를 3단으로 나누어 16계단씩 만들어 48대원을 뜻하고 있다.

불국사는 건물로 오르는 계단들도 아름답고 섬세하게 만들었는데 대웅전과 극락전에 만들어진 계단의 옆면을 자세히 보면 자칫 단조롭고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직각삼각형의 한 모서리를 버선코 모양으로 부드럽게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진 호

문화유산해설사 / 신라마을 대표

▲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왼쪽)과 극락전으로 오르는 계단(오른쪽) 옆면의 버선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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