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경주 낭산 일원

역사기행 길라잡이 동대신문l승인2022.06.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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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릉·사천왕사터·능지탑 등 볼거리 다양

‘낭산, 도리천 가는 길’ 특별전과 함께 관람할 기회

국립경주박물관을 지나 불국사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배반네거리가 있다. 정면 불국사 방향과 오른쪽 경주나들목 방향 사이로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경주남산이 있고 맞은편 왼쪽으로는 낭산이라 불리는 나지막한 산이 있다.

이리가 엎드린 모습이라 해 이리 ‘낭(狼)’자를 써 낭산이라 불리고 있지만 사마천의 ‘사기’에는 “동쪽의 큰 별을 ‘낭’이라 한다.” 했으니 이리가 엎드린 모습 때문이 아니라 신라 왕궁인 월성의 동(남)쪽에 있기에 낭산이라 불렸을 가능성이 크다.

높이 100m~115m의 3개 봉우리를 중심으로 긴 능선이 남북으로 이어진 야산으로 나지막하고 펑퍼짐한 낭산은 옛 신라인에게는 신들이 노니는 숲 즉, 신유림으로 불렸으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졌다. 또한 선덕(여)왕 사후에는 수미산의 정상에 제석천이 산다는 도리천으로 칭송되었다.

▲ 낭산 정상 부근에 있는 선덕(여)왕릉과 아래쪽에 있는 사천왕사 터.

도리천과 관련된 이야기는 선덕(여)왕께서 세 가지 일을 미리 알았다는 삼국유사 ‘지기삼사’조의 내용으로 당나라 태종이 모란의 그림과 꽃씨를 선물로 보내오자 그 꽃에 향기가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는 것과 겨울철에 옥문지라는 연못에 개구리가 우는 모습을 보고 백제 군사가 쳐들어온 것을 알고 물리친 일, 마지막으로 자신이 죽는 날과 묻힐 장소를 미리 알았다는 것이다.

이 중 마지막 이야기가 낭산과 관련된 것으로 선덕(여)왕께서는 병이 없는데도 "내가 아무 해 아무 달 아무 날에 죽을 것이니 도리천에 장사지내라."고 유언하자 신하들이 도리천이 어딘지 몰라 물으니 낭산 남쪽 봉우리가 도리천이라고 했다.

(여)왕께서 예언처럼 그날에 세상을 떠나자 신하들은 그곳이 왜 도리천인지 모른 채 유언대로 낭산의 남쪽 양지쪽에 장사지냈다. 그 후 30여 년이 흐른 뒤 문무왕이 부처님의 힘을 빌려 당나라 군사들을 물리치기 위해 낭산 아래쪽에 사천왕사를 세웠는데 불경에 사천왕이 사는 하늘의 위에 도리천이 있다고 했으니 선덕(여)왕께서는 자신의 무덤 아래에 사천왕사라는 절이 생길 것을 미리 알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라인들은 당시 수도의 중심이었던 낭산을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으로 승화시켜서 신라의 서라벌이 세계의 중심이며 불교와의 인연이 그 어디보다 깊다는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절과 왕릉을 낭산에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낭산에는 많은 유적, 유물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데 선덕(여)왕릉을 비롯해 진평왕과 신문왕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왕릉들과 문무왕이 창건한 사천왕사, 문무왕의 화장터로 알려진 능지탑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 사천왕사지 목탑터 기단부에서 출토된 녹유신장상.

사천왕사 목탑터에서는 이국적이며 조각 수법이 뛰어난 녹유신장상 등이 출토되었으며 사지 앞에는 당간지주와 함께 목이 잘린 귀부 한 쌍이 남아 있는데 여기에 경주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는 문무대왕 비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왼쪽부터 문무왕의 화장터로 알려진 능지탑과 문무대왕비 귀부, 문무대왕 비편.

 황실의 복을 비는 황복사의 3층 석탑에서는 국보로 지정된 금제여래입상과 금제여래좌상이 나왔으며 몇 년 전 발굴에서는 섬세하게 조각된 십이지 신상 등이 출토되었으며 관세음보살께 기도해 아들을 얻었다는 중생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마애보살삼존좌상이 남아 있고 주변에서 옮겨온 관음보살입상과 11면관음보살상이 경주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 황복사지 3층 석탑 출토 국보 금제여래입상(왼쪽)과 금제여래좌상(오른쪽).

 이렇게 많은 유적과 유물이 낭산과 박물관에 흩어져 있어 지난 15일(수)부터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낭산, 도리천 가는 길’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시를 오는 9월12일(월)까지 열고 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인 황복사지 삼층석탑 출토 국보 2점을 비롯해 다양한 낭산의 유물을 한 곳에서 전시하고 있으니 경주박물관과 가까운 낭산의 유적지를 특별전과 함께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지금은 생소하기까지 한 낭산이 신라시대 당시에는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 황실의 복을 빌며 아이가 없는 이에게 아이를 갖게 해 주는 등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를 해주던 곳이었으니 코로나-19 등으로 지친 심신을 낭산에서 치유해보면 어떨까?

 

이 진 호

문화유산 해설사 / 신라마을 대표

▲ 오는 9월12일까지 열리는 국립경주박물관 ‘낭산, 도리천 가는 길’ 특별전 포스터. (사진 출처=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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