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금관 수난사 2

역사기행 길라잡이 동대신문l승인2022.06.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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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왕세자가 봉황장식 금관 수습

일제가 기생에게 금관 씌우고 사진촬영

▲ 봉분이 없는 서봉총의 구스타프 6세 기념비.

 지난해 12월 28일 0시를 기해 경주역이 영업을 종료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일제강점기인 1918년 11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래 103년 2개월여 경주시민들의 발이 되었으며 앞으로 폐역사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최초 경주역 부지는 현재의 자리가 아니라 지금의 서라벌문화회관이 있는 곳으로 이곳은 인접한 신라시대 대형고분을 훼손하고 세워졌다는 오명을 안고 있다.

마립간시대(4C중반~6C중반) 돌무지덧널무덤이 대부분인 시내 대형고분들은 이미 주변 민가들로 인해 일부 훼손돼 돌을 쌓은 봉분의 적석부가 드러나 있는 상태였다.

▲ 국립경주박물관 전시 당시 서봉총 금관. (보물)

금관총에서의 처음으로 금관이 발견되고 이어 진행된 금령총과 식리총 발굴에서 금관을 비롯한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자 일제는 매장주체부에 대한 관심만 가질 뿐 무덤의 구조나 영역에는 관심이 없는 상태였다.

이에 봉분의 적석부 돌들은 치워야 할 일거리였고 당시 경주역 기관차 차고 매립용 돌과 흙을 여기에서 채취하기 위해 역(현 서라벌문화회관)에서 가까운 노서동 일대의 돌을 옮기면서 1926년 신라고분의 매장주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총독부 박물관 고이즈미 아키오가 서봉총 발굴에 착수, 금관과 함께 ‘연수’라는 고구려 연호가 새겨진 은제함 등 다양한 유물이 발굴되어 당시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가 직접 현장을 보러 올 정도로 주목된 발굴이었다.

스웨덴 왕세자 아돌프 구스타프 공작이 마침 일본을 방문 중이었고 공작이 고고학자라는 점을 안 일제가 이 무덤 발굴에 공작을 초청, 봉황이 장식된 금관을 직접 수습하게 하는데 이를 기념해 스웨덴의 한자식 표기 서전(瑞典)의 ‘서’자와 봉황(鳳凰)의 ‘봉’자를 따 무덤의 이름을 서봉총이라 명명했다.

▲ 서봉총 발굴에 참가한 구스타프 왕세자.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 점령한 것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 서봉총 금관 발굴을 이용한 것이다.

서봉총 발굴이 10여 년 지난 후 경악할만한 일이 발생하는데 발굴을 주도했던 고이즈미가 평양부립박물관장으로 부임해 서봉총 출토품 특별전을 1935년 9월 10일 평양박물관에서 열고 이날 저녁 축하연을 마련했다.

평양기생까지 동원된 축하연에서 고이즈미 관장은 즉흥적으로 금관을 평양기생 차릉파에게 씌웠고 금관을 쓴 모습에 만족한 고이즈미는 차릉파에게 사진을 찍을 것이니 날이 밝는 대로 박물관에 오라고 했다.

다음날 박물관에서 고이즈미 관장과 관원 등이 30분에 걸쳐 서봉총의 유물인 금제 허리띠, 금귀걸이를 비롯한 각종 유물 장신구를 차릉파의 몸에 장식하고 마지막에 차릉파의 머리에 금관을 씌우고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이때 금관의 곡옥이 떨어져 6개이던 것이 4개가 사라지고 2개만 남아 지금은 다시 복원한 상태이며 금관과 금제 허리띠도 차릉파의 머리와 허리둘레에 맞추느라 약간 휘어져 영구 변형 되어버렸다.

▲ 고이즈미의 만행이 보도된 신문기사.

이 사건은 고이즈미가 이 일에 대해 함구하라는 명령을 내려 9개월 동안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1936년 이 사건과 함께 서봉총 금관을 착용하고 유물로 치장한 차릉파의 사진이 부산일보에 보도되면서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그로 인해 고이즈미는 총독부에 불려가 견책 조치를 받긴 했으나 평양박물관 관장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등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더 분노할 일은 고이즈미가 서봉총 발굴에 대한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으며 패전 후 일본으로 돌아가 회고록을 쓰면서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그 어디에도 자신의 만행을 뉘우치는 부분은 없다는 것이다.

이 진 호

문화유산 해설사 / 신라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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