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울 판타지의 시대, 나의 콘텐츠는…?

동대신문l승인2022.05.30 09:2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울산MBC 편성제작부 박병원 PD

“아빠는 인서울 해 본 적 있어?” 폰을 보던 초6 아들이 갑자기 물었다. ‘뭐지?’ 순간 당황했지만 곧 웃음을 띄며 “인서울 해본 적은 없지만 서울 출장은 자주 가. 우리 동네에도 좋은데 많은데 뭐” 하고는 돌아 섰다.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고 의미있게 보낸 대학 생활이 참 좋았다. 지거국 출신이 아쉬운 적 없었는데 초등학생 아들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현타가 왔다. ‘아빠는 인서울을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거란다’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눌렀다. 어차피 구차하게 들릴테니. 인서울, 굳이 안했다. 그땐 그랬다. 서울을 가지 않아도 좋은 직장과 적당한 일자리는 제법 있었다. 우리 동네에서도 먹고 살만 했다. 종편도 넷플릭스도 인스타도 없었으니 여기저기 비교하며 주눅들 필요도 없었다.

화려한 미디어 속, 셀럽들이 사는 서울은 판타지다. ‘쇼미더머니’는 플렉스가 일상이고 ‘나 혼산’ 인데 어쩜 그리 좋은 집에 사는지, 놀랍다. 환상의 나라이자 축제의 땅 서울은 KTX, 저비용 항공사 덕에 이제 3시간이면 충분하다. 가까워진 판타지는 막연한 동경이 아니라 눈 앞의 현실이 된다. 인서울의 시대, 갈수록 지역은 작고 초라하다.

유튜브로 콘텐츠를 찾는 검색의 시대도 지나 틱톡과 릴스의 강하고 짧은 자극에 넋을 놓는 모바일 시대. 빠르고 재미있고 섹시한 자극이 넘친다. 폰을 끄고 고개를 들면 뭉퉁하고 애매한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가 펼쳐진다. ‘우리 동네’의 멋짐은 미디어에 없다. 많은 콘텐츠가 ‘인서울 판타지’를 자극하고 지역을 관광, 추억, 변방으로 담는다.

지역의 불안, 청년의 불만

[아프니까 청춘이다] 10여년 전 제목만으로도 논란이 된 책이다. 어떤 세대는 청춘이 아파도 성실하기만 하면 취직하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아픈 낭만이 사치인 청춘들도 있다. 학교에서부터 경쟁은 시작되고 불안은 가중된다. 경쟁이 치열하니 절차는 공정하고 보상은 정확해야 한다. 이기면 끝이 날까?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린다. 불안하다. 방향을 모르니 길이 없다. 우린 지금 어딜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열심히 달릴 뿐, 멈출 순 없다. 과연 불안한 청춘은 행복할 수 있을까? 동네에서 답을 찾기는 더 어렵다.

인서울에 성공한 지방러들은 어떨까? 인서울은 판타지이기도 하지만,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흔히 수도권이라 불리는 서울, 인천, 경기도의 임금 노동자는 5대 광역시와 세종시를 합친 노동자 수보다 3배가 더 많다. 소용돌이 처럼 청년들을 빨아들인다. 월세까지 감내하는 지방러 들에게 서울은 팍팍하다. 미디어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부분이 비정규직, 계약 기간은 짧고 노동 강도는 쌔다. 청춘들에게 인서울은 판타지이자 불안한 도전이다. 인서울도 우리동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코로나 시대, 알바는 줄고 채용은 멀고 라이더는 험하다. 착한 성실함 만으로 버티기 힘든 게 현실. 지역 청년들 입장에서는 ‘어쩌라고?’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나의 콘텐츠는 무엇일까?

불안을 이기기 위해 너도나도 스펙쌓기에 열중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항상 부족한 느낌. ‘나의 경쟁력’이란 단어는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든다.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콘텐츠는 작은 해답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콘텐츠는 무엇일까?’로 질문을 바꿔보면 답도 달라진다. ‘나의 핫플’, ‘나의 맛집’은 어디일까? 별점과 댓글에 신경 안 쓰고 나에게 재미와 위안을 주는 곳. 그런 일. ‘나의 콘텐츠’는 그렇게 만들어 진다.

경쟁력은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한 능력이지만 콘텐츠는 재미와 의미를 담아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작물이다. ‘우리도 좀 재미있자’ ‘제대로 놀자’. 남이 만든 콘텐츠를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면서 놀자? 글을 쓰고 메시지를 만든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채널을 키운다. 글, 사진, 그림, 영상 뭐든 만들고 키운다. 시간이 쌓이고 성실함이 받치면 ‘나의 콘텐츠’는 자리를 잡을 것이다. 이른바 ‘콘텐츠의 시대’. 이제는 나를, 우리 동네를 찬찬히 둘러 볼 시간이다. 해방일지를 찬찬히 써내려 가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의 콘텐츠’는 무엇일까?


동대신문  dgumedia@naver.com
<저작권자 © 동대신문 경주캠퍼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대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신문사소개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38066 경상북도 경주시 동대로 123 (석장동, 동국대학교경주캠퍼스)   |  대표전화 : 054)770-2057~8  |  팩스 : 054)770-205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영
Copyright © 2022 동대신문 경주캠퍼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