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_책 앞에 선 아이들

동대신문l승인2022.03.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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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혜 대표 

-경주 그림책서점 소소밀밀

서점 창업 5년 차에 코로나 시국을 맞았다. 코로나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잠시 일상을 흔들고 있는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코로나 초반에 확산방지에 동참하고자 휴업을 하기도 했다. 예정되어 있었던 북토크는 잠정 연기했고, 예약되어 있었던 클래스도 취소했다. 한 달간 쉼을 걸어놓았지만, 나는 매일 서점으로 출근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옆 가게 빵집 사장님도, 식당 사장님도 영업을 하지 않으면서 매일 같이 출근해 황량한 거리를 쓸었다. 관광객으로 미어졌던 골목이 음산할 만큼 조용했다. ‘잠시 멈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주는 무력감은 생각보다 컸다.

미국의 그림책 작가 브라이언 플로카가 쓰고 그린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멈춰버린 도시에서 위험을 무릎 쓰고 자신의 일을 하는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게는 모두 닫혀 있고, 집집마다 불이 꺼져 있다. 이웃들은 창문 뒤로 숨어 있는지 모두 보이지 않는다. 도시가 멈춘 이유는 감염병 때문인 듯하다. 이따금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음식을 배달하고, 생필품을 옮기며, 버스와 지하철을 운전한다. 집 앞으로 배송 온 택배 상자 안에는 어린이의 물건인 공룡인형도 있다. 생존에 필요한 음식과 생필품은 아니지만 어린이에겐 하루를 견디게 해 주는 소중한 물건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책’은 아이의 ‘공룡인형’이 아닐까. 책 한 권이 당장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아픈 곳을 치료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책이 없는 삶은 어떤 펜데믹 보다 혼란스러울 것이다. 안타까운 건 직접 눈으로 보고 마음속에 들어온 책을 선택할 수 없다는 거다. 책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임에도 ‘책을 보러 가는 일’ 에는 문 앞에 들어서고, 물성이 있는 책을 들고 나가는 것까지 실제적인 버추얼과 일상의 리추얼이 행해진다. 특히 독자가 어린이라면 그 경험은 무척 중요하다. 가상의 공간이 아닌 현실의 공간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은 물질로 환산하기 어렵다.

한 권의 책을 사기 위해 서점 문을 열고 공간에 들어서는 일, 책을 바라보는 일, 책장을 넘기며 물성과 양감을 느껴는 일, 책의 냄새를 맡고, 공간 안에서 흐르는 음악을 듣는 일, 발견을 하는 일 등, 이 모든 게 경험으로 얻어진다. 이런 경험은 서점에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또래와의 소통, 공감, 어울림으로 뒤섞이며 얻는 기쁨과 슬픔- 이런 복합적인 정서를 배워야 하는 어린이에게 작금은 상실의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휴일 오후 문이 빼꼼 열리더니, 단골손님인 Y가 들어왔다. 마스크에 반쯤 가려진 얼굴이라도 나는 금세 Y를 알아볼 수 있다. Y는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온 아기 단골손님이다. 그 아이가 성장해 올해 초등학교를 입학했다고 한다. Y는 오늘 어떤 책을 골라갈까. 서가 앞에 서 책 한 권을 집어 휘릭 넘겨본다. 바로 옆에 있는 책은 조금 진지하게 펼쳐본다. 조금 망설이더니 책 한권을 가슴에 안고 카운터 앞으로 걸어왔다. 이제 나도 이 아이가 어떤 책을 펼쳤을 때 기뻐하는지 정도는 알 것 같다. 펜데믹과 비대면, 감염병과 혼란이 도시를 멈추게 한다고 해도, 한 공간 안에서 주고받았던 눈빛과 안부, 그리고 책 한 권의 물성은 언택트로는 가질 수 없는 경험과 기억일 테다. 절대적 언택트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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