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과 월지 출토 14면체 나무주사위

지면으로 보는 숨겨진 경주 동대신문l승인2021.12.3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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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실 때 명령내리는 기구 - 주령구

원샷, 무반주 댄스, 러브샷 등 14가지 벌칙

▲ 14면체 나무주사위(목제주령구)

중인타비(衆人打鼻) 여러 사람이 코 때리기, 자창자음(自唱自飮) 스스로 노래 부르고 스스로 마시기, 음진대소(飮盡大笑) 술을 다 마시고 크게 웃기. 요즘의 복불복 게임의 벌칙이 아니다. 통일신라시대 귀족들의 술자리 벌칙이었다.

우리나라 박물관 중 단일유적지의 유물을 모아 별도의 전시관을 마련한 곳은 국립경주박물관의 월지관이 유일하다. 그만큼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시내 대형고분에서 출토된 금관, 금귀걸이, 금허리띠 등 수많은 순금제 유물이 그 화려함을 뽐내고 있으나 이 유물들은 무덤의 주인이 살아있을 당시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죽은 이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껴묻거리 즉, 부장품으로 보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월지는 무덤이 아니라 월성의 동쪽에 세자가 거처하던 궁궐인 동궁에 있던 인공연못으로 삼국을 통일한 문무대왕이 통일의 기념으로 땅을 파고 인공의 산을 만들어 인공연못을 조성하고 거기에 진귀한 화초를 심고 동물들을 풀어 키웠다 한다. 그리고 연못 가에 있던 ‘임해전’이라는 건물에서 외국의 사신을 맞이하거나 지친 신하를 불러 연회를 베풀던 연회장을 마련했다.

이 연회장에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1975년 동궁과 월지(구, 안압지)에서 발굴된다. 4각 면과 6각 면이 조합된 특이한 형태의 나무주사위로만 여겨지던 이 유물은 각 면에 새겨진 문구들의 해석결과 술자리와 관련된 벌칙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술 마실 때 명령내리는 기구란 뜻으로 ‘주령구(酒令具)’라 이름 붙였다.

▲ 출토 당시 나무주사위 모습.

주령구의 벌칙 중에는 지금도 익숙한 벌칙이 많다. 원샷(?)에 해당하는 삼잔일거(三盞一去) 술 석 잔 한 번에 마시기, 무반주 댄스와 같은 금성작무(禁聲作舞) 소리 없이 춤추기, 러브샷이라 볼 수 있는 곡비즉진(曲臂則盡) 팔을 굽힌 채 다 마시기 등의 벌칙은 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재미난 벌칙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재미난 벌칙과 더불어 나무주사위의 생김새도 특이한데 4각형 6면과 6각형 8면이  조합된 것으로  각각의 면이 나올 확률이 비슷해야 하는 주사위의 특성상 이를 맞출 수 있는 통일신라의 수학과 통계의 수준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유물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 초 심지 자르는 금동가위.
▲ 동궁과 월지 야경

그러나 이 나무주사위는 연못의 뻘 속에서 출토된 관계로 건조과정에서 기계 고장으로 인해 불타 재가되어 버리고 안타깝게도 복제품으로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 2층에 전시돼 있다.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신라의 동궁에서 출토된 것으로 신라 왕족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알려주는 값진 유물들로 초 심지를 자르는 금동가위, 왕실에서만 사용할 법한 향로, 연못에서 타고 놀던 나무배 등 다양한 유물들이 월지관에서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문화유산해설사

신라마을 대표

이 진 호

 

▲ 나무주사위 벌칙(사진=발굴보고서).

1. 유범공과(有犯空過, 4각면) : 덤벼드는 사람이 있어도 가만히 있기

2. 금성작무(禁聲作舞, 4각면) 소리 없이 춤추기

3. 중인타비(衆人打鼻, 4각면) : 여러 사람이 코 때리기

4. 삼잔일거(三盞一去, 4각면) : 술 석 잔 한 번에 마시기

5. 자창자음(自唱自飮, 4각면) :스스로 노래 부르고 스스로 마시기

6. 음진대소(飮盡大笑, 4각면) : 술을 다 마시고 크게 웃기

7. 농면공과(弄面孔過, 6각면) : 얼굴을 간질여도 꼼짝 않기

8. 양잔즉방(兩盞則放, 6각면) : 술 두 잔이면 쏟아 버리기

9. 월경일곡(月鏡一曲, 6각면) : 월경 한 곡 부르기

10. 임의청가(任意請歌, 6각면) : 누구에게나 마음대로 노래를 청하기

11. 공영시과(空詠詩過, 6각면) : 시 한 수 읊기

12. 추물막방(醜物莫放, 6각면) : 못생긴 것을 버리지 않기

13. 자창괴래만(自唱怪來晩, 6각면) : 스스로 괴래만(노래이름)을 부르기

14. 곡비즉진(曲臂則盡, 6각면) : 팔을 굽힌 채 다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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