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증명, 독서

동대신문l승인2021.12.27 16:0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2021 온:택트 독서골든벨 우승자

전수환 학생 (불교아동보육학 3)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그의 대표 작품인 <말테의 수기>에서 호화로운 대도시 파리를 이렇게 묘사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야흐로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한 21세기. 우리는 몇 번의 클릭과 스크롤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고 세계를, 나아가 우주를 눈으로 담을 수 있게 됐다. 동시에 고작 손바닥만 한 화면 하나 때문에 쉽게 분노하고, 쉽게 우울해지며, 쉽게 피로해진다. 범람하는 정보들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하게 만드는 동시에 빈곤하게 내몰았다. 과정을 단축해 ‘여유’를 주되 ‘사유할 시간’은 앗아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유 의지로 선택한 정보임에도 주어진 값대로만 입력하고 반응하게 되었으니, 이는 무척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데이터라는 직관적 수치에 기반하는 4차 산업 시대, 기업들이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고 분석하는 것은 다름 아닌 ‘트렌드’다. 그리고 바로 이 트렌드의 매개인 ‘미디어’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형태로 대표되기 이전부터 때론 음률로, 때론 조각으로 무형에서 유형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형태로 존재해왔는데,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이고도 항구적인 것을 꼽자면 단연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장 서점의 주·월·연간 베스트 셀러 목록만 봐도 특정 시기 대다수 사람이 원하던 정보의 종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듯, 책은 언제 어느 때든 그 시대를 나타내는 지표로써 기능해왔다. 전 국민이 ‘힐링’에 열광하던 시기에는 자기계발서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모두가 한층 더 높은 자극을 원하는 지금은 장르 소설의 점유율이 확연히 높아졌지 않나. 지난 11월 16일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도서관에서 주관한 2021 온택트 독서 골든벨의 선정 도서는 일연의 <삼국유사>와 김상균의 <메타버스>로, 이들 역시 각각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는 직관적 상징이 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독서의 지고한 가치는 명확하다. 바로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누군가 일생을 통해서 얻은 지식과 깨달음을 우리는 단 한 권의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본 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독서가 우리 존재의 증명 그 자체임을 얘기하려 한다.

처음 봤을 때 아무런 감흥이 없더라도 상관없다. 어떤 책이든 시간이 흘러 다시 읽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레 반추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적의 내 삶의 궤적을. 경험, 감각, 판단, 그 모든 것들을 새삼스레 떠올리다가 이윽고 인지하는 것이다. 내가 존재했었고,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임을.

독서란 그런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존재하는 자신에 대한 방증. 그 어떤 것보다 개인적이고, 그렇기에 그 어떤 것보다 생생한 삶의 증거. 우리는 독서를 함으로써 비로소 우리가 그저 살아있기에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생의 의지를 관철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거창한 과정은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어떻게’ 읽어내느냐다. 단순히 나열된 정보를 읽고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렇게 얻은 정보를 조립하고, 성찰하고, 재정의하며 우리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습득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눈앞이 캄캄하고 버거워서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면 그때야말로 더욱이 책을 펼쳐야 한다. 방향을 잃었을 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힌트를 찾고 해답을 향해 나아가듯, 독서는 우리의 지난 경험을 불러일으켜 자신조차 잊고 있던 가치를 일깨워주는 것은 물론 나아가 단·장기적 목적을 제시하기도 한다.

잊지 말자. 살아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경험은 아주 귀중한 것이다. 이렇듯 무료한 삶에 독서라는 아주 일상적인 행위 하나만 추가해도 우리는 더욱 활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여유’ 역시 ‘사유’를 대가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갖추게 될 것이다.


동대신문  dgumedia@naver.com
<저작권자 © 동대신문 경주캠퍼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신문사소개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38066 경상북도 경주시 동대로 123 (석장동, 동국대학교경주캠퍼스)   |  대표전화 : 054)770-2057~8  |  팩스 : 054)770-205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영
Copyright © 2022 동대신문 경주캠퍼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