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어전 보관하던 경주 집경전터

지면으로 보는 숨겨진 경주 동대신문l승인2021.10.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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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긴 하지만 당장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주의 첨성대, 대릉원 등 유명 유적지를 가보면 코로나 시국이 무색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경주에 위치하고 있으나 잘 알려지지 않아 관광객도 거의 없으며 나름의 가치를 자랑하는 유적지들을 지면을 통해 소개해 국민들이 조용히 둘러보며 코로나로 인해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조그만 정보가 되었으면 한다.

전주 어진박물관 소장 태조어진 이모본의 원본

임진왜란 때 강릉 객사 근처로 옮겨진 후 화재로 소실

개천절, 한글날 연휴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청명한 가을 날씨와 첨성대 주변 분홍쥐꼬리새(핑크뮬리)를 비롯한 꽃들의 향연으로 주말이면 주요 유적지 주변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차들이 많은 실정이다. 흔히들 경주하면 석굴암 불국사 등 신라시대 유적지를 많이 떠 올리고 있지만 경주시내 중심가는 조선시대 혹은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근․현대 유적들이 더 많다는 것을 경주시민들도 모르는 실정이다.

옛 경주여중 자리에 경주시 평생학습가족관이 있고 그 동편에 조선시대 세워진 조그마한 비석과 네모난 터널처럼 생긴 이상한(?) 돌무지가 있다. 여기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보관하던 경주 집경전 옛터다.

▲ (좌) 정조대왕의 친필 ‘집경전구기’ 비석(왼쪽). ‘集’자 오른쪽 상단에 왕의 글씨임을 밝히는 ‘어필’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오른쪽).

  (우) 집경전터. 임진왜란 때 소실된 집경전 옛터에 남아 있는 터널 형태의 돌 구조물. 화재로부터 어진을 보호하기 위해 돌로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의 시조인 만큼 특별한 예우를 받아서 개국초부터 따로 태조진전을 설치하고 어진을 봉안했는데 서울의 문소전, 외방의 출생지인 영흥의 준원전, 평양의 영숭전, 개성의 목청전, 경주의 집경전, 본관인 전주 경기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진은 소실되고 현재 전주 경기전의 어진만이 유일본으로 국보로 지정, 어진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 전주 경기전 소장 국보 조선태조어진(사진=문화재청)

전주 경기전 어진은 현존하는 유일한 태조어진으로 경주 집경전 어진을 모사해 전주 경기전에 받들던 것으로 오래되어 낡고 해짐에 따라 영희전에서 받들던 태조어진을 범본으로 하여 고종9년(1872) 모사한 이모본이다.

경주 집경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그 안에 모셔져 있던 태조어진은 다행히 피해를 면할 수 있었고 경상도 각지로 옮겨지며 지켜지다 이후 강릉 객사 옆에 집경전을 짓고 봉안을 했지만, 이마저도 1631년 화재로 인해 어진과 전각이 모두 소실됐다.

그 뒤로 경주의 유림을 중심으로 집경전을 다시 세워 어진을 봉안해 줄 것을 청했으나 정조대왕은 어진 대신 직접 쓴 ‘집경전구기(집경전옛터)’ 글을 내려주며 1798년(정조 22)에 집경전이 있었던 곳임을 알려주는 비석을 세우도록 하고 궁중의 화공을 직접 보내 새로 세워진 비각과 비각이 있는 경주읍성전도 등을 그려 보고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 중인 ‘집경전구기도’이다.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집경전구기도 일부(왼쪽)과 폐허가 된 비각(오른쪽). 비각 속에 비석이 보인다.

 

▲ 경주읍성과 읍성내 집경전터가 표시된 지도.

태조어진과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가 전하고 있는 경주 집경전터. 집경전의 어진이 아직 남아 있었다면 지금은 어떠할까? 복원 중인 경주읍성과 어우러져 또 하나의 볼거리로 자리매김하지 않았을까?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지만 아쉽게도 복원된 경주읍성의 동문 향일문과 성벽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오는 27일(수) 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이 진행하는 ‘경주읍성 나들이’ 행사가 문화재청의 후원으로 진행되는데 이 행사에 집경전터 답사도 포함돼 있으니 참가해 볼 것을 추천한다.

문화유산해설사

신라마을 대표

이 진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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