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라는 거짓 문제

동대신문l승인2021.08.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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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진태원 교수

‘포스트 코로나’라는 문구는 우리 사회의 유행어, 아니 주문(呪文)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문구 앞에서는 일체의 차이와 대립이 사라져버린다. 자본가와 노동자를 막론하고,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또한 남성과 여성, ‘정상인’과 ‘비정상인’, 국민과 비국민의 구별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염원한다.

이 문구는 무엇보다 전 세계적 감염병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을 표현한다. ‘일상의 회복’이라는 또 다른 문구만큼 사람들을 뭉클하게 만드는 것도 없을 것이다. 또한 팬데믹의 충격이, 외부에서 발생한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것이기 때문에 금방 극복될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 전망도 담겨 있다. 아울러 팬데믹을 계기로 전환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려는 노력과 함께 팬데믹이 10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엄청난 재테크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욕망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욕망이 갈등을 빚는 사회 내에서 어떤 문구가 만장일치의 호응을 얻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의심해볼 만한 대상이 아닐까? 그것을 오히려 다른 수준에서 작용하는 어떤 것의 증상으로서 해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포스트 코로나’라는 문구는 여러 가지를 드러내는 만큼이나 또한 무언가를 감춘다. 첫째, 이 문구는 코로나 팬데믹이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충격이 아니라, 체계에 내재적인 모순의 증상이라는 것을 감춘다. 코로나19는 첫 번째 팬데믹이 아니고, 인수공통감염병의 첫 번째 사례도 아니며, 첫 번째 사스 바이러스도 아니다. 과거 몇 세기동안 인류를 괴롭혔던 페스트나 천연두, 1918년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은, 대규모 집단 감염병이 인류 역사의 기원부터 내재해 있었음을 말해준다. 더욱이 생태적 위기 속에서 남아시아 농촌에서 번성하는 대규모 축산공업은 앞으로도 팬데믹이 계속 출현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준다. 반면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 팬데믹의 종식을 서사의 중심에 위치시킴으로써 이를 감추고 있다.

둘째, 코로나 팬데믹은 의학의 측면에서 보면 mRNA 백신이라는 혁신적인 백신 플랫폼 기술의 개발로 기억될 것이다. 아울러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서사는 이 두 가지 기술적 혁신으로 인해 인류의 삶이 더 나아지리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품게 하지만, 바로 이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 구조에 내재해 있는 죽음의 경제를 체계적으로 감춘다.

이를 비극적으로 입증해준 것이 인도였다. 임상실험에 참여하여 받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수많은 빈민들로 인해 인도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호하는 임상실험장 중 하나지만, 정작 인도에서는 하루 40만명이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으며 지금까지 4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혁신적인 물류 기업으로 평가받는 아마존이나 쿠팡 같은 기업들에서는 여전히 가혹한 노동착취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디지털 전환이 “일회용 인간들”이라 불리는 수많은 임시직 노동자들을 산출하고 있는 것의 귀결이다.

셋째, 국민주의(nationalism)가 오늘날의 세계 정치 및 삶의 양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감춘다. 방역 과정에서도 그랬지만 백신 개발 및 접종 과정에서 노골화되고 있는 백신 내셔널리즘은, 40여 년 전부터 떠들썩하게 제기되었던 ‘세계화’의 수사법이 무색하게 이제 국민주의가 ‘정상적인’ 삶의 조건, 정치적 조건이 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더욱이 팬데믹 와중에 흑인 및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모욕이 더욱 심화되고 있지만, 이는 ‘포스트 코로나’가 그리는 장밋빛 세상에서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이러한 국민주의와 인종주의를 더욱 치열하게 격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나타나지 않는다.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에서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우리가 본성상 취약한 존재라는 점을 뜻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나 또는 우리의 취약함을 보완하기 위해 타자를 바이러스의 원천으로 배척하고 혐오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반면 우리는 또한 이 때문에 약함의 연대를 맺을 수도 있다. 이 연대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취약하고 필연적으로 언젠가는 소멸하겠지만, 서로에 대한 배척과 증오가 낳는 취약함의 가중의 위험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즉 ‘포스트 바이러스’라는 허망한 약속 대신 약한 이들의 연대가 어떻게 가능할지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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