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패션의 미래

동대신문l승인2021.07.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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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THE ARMOURY

*미국의 저명한 패션 전문작가 G. 부르스 보이어는 2020년 코로나 시대의 변환하는 패션 트렌드에 대한 글을 발표했다. 저자의 동의하에 동국대(경주) 영어영문학전공 번역캡스톤디자인 수업의 수강생들이 원문을 번역하였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종식 이후, 우리가 어떤 옷을 입게 될지 궁금해 한다. 사무실에 다시 나가기 시작해도 잠옷과 목욕가운, 카고 반바지와 티셔츠, 혹은 플리스와 같은 편안한 복장을 계속 입게 될까? 이제 우리는 개인의 편안함을 전통 예절보다 우선시하기로 할 것인가 아니면 자유를 얻자마자 이를 알리기 위해 맞춤옷과 장신구를 다시 꺼내 입고 활보할 것인가 의류업계가 이러한 불안 속에서 격동하고 있다.

보통 미래보다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 더 편하지만, 예외의 시대에는 예외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대형 패션잡지들의 9월호는 미래라는 주제로 가득 했다. 그때 마침 나는 <뉴욕타임즈 패션>의 2020년 가을 호를 느긋하게 넘기고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간결하면서도 매끄러운 표제를 발견했다. “때가 왔다. 아무것도 확실치 않다. 변화는 여기에 있다. 새로운 현실을 위한 용감한 패션.”

새로운 현실이라고? 정말? 진지하게 들린다. 역시나 우연이지만 그때 나는 통찰력있는 역사가 에릭 홉스봄의 20세기에 대한 연구서인 <극단의 시대>를 읽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문장을 발견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분석이라고는 모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때로 유명 디자이너들은 전문적인 예측가들 보다 무엇이 다가올지 더 잘 내다본다. 이는 역사학자나 미술사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난제 중 하나이다.”

혹시나 궁금해 할 수도 있는데, 홉스봄은 이 모호한 질문에 답을 주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러던 찰나 아머리 공동 대표인 마크 조에게 패션기술학교 남성복 디자인 동아리 졸업생들의 2020년 작품 중 최고작을 매디슨 가의 웨스트베리점에서 전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 사진 출처 = THE ARMOURY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잘 풀렸다. 굳이 홉스봄이 말하지 않아도, 이 학생들의 프로젝트가 미래에 대한 단서를 줄지도 모른다. 훌륭한 디자이너는 실로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길잡이이다. 당신이 전문 디자이너인데 이러한 감각이 없다면, 이 분야에서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학생들의 옷이 미래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도 젊은이처럼 미래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여기서 앞으로 일어날 일의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미래의 패션 동향에 대해] 예측하지 않는 걸까, 홀로 되뇌었다. 상업패션계의 거물들도 예술적으로 유의미하면서도 흥미롭게 미래를 예측하는 창의성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상업적인 측면이외에도 여전히 열정이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창의적으로 표현하길 원했다.

학생들은 열 벌의 옷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상품화될 수 있는 작품을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곁들여 제작했다. 프로젝트는 마크 에반 블랙맨 교수가 지도했다. 뉴욕 패션기술대학교가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는 바람에 학생들은 집에서 작업을 끝마쳐야 했다. 나는 코로나 때문에 의상들을 직접 검수할 수도 없어서 제공받은 디자이너 스케치와 사진에 의존해야 했다. 앞서 말했듯이, 예외적인 시기에는 예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지금은 도상학이 답이 될 수 있다.

옷은 모두 비탈레 바르베리스 까노니코가 기증한 원단으로 제작했다. 비탈레 바르베리스 까노니코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되었으며(1663년 설립), 많은 사람들이 최고라고 여기는 회사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여준 비탈레 바르베리스 까노니코에게 진심 어린 칭찬과 박수를 보낸다. 물론 디자인과 기술은 학생들의 것이다.

옷을 본 전반적인 소감은 살짝 놀라웠다. 우주여행을 하는 사람이나, 기이하고 색다른 디자인을 예상했던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너무 무지하고 순진했다. 학생들의 옷은 전혀 그런 디자인이 아니었다. 모두 고심 끝에 나온 훌륭한 작품이었고, 학생들이 전통과 개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사진 출처 = THE ARMOURY

여덟 가지 의상 중 절반은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남성복인 코트, 바지, 셔츠 종류였다. 허리까지 오는 재킷은 1950년대 블루종 디자인을 연상시켰다. 사파리 느낌의 재킷도 있었고, 칼라와 라펠이 없는 재킷은 고전적인 튜닉이나 투박한 노동자 조끼처럼 보였지만, 원단은 세련된 도시적 체크 패턴이었다. 싱글 브레스티드에 벨트가 달린 코트는 트렌치코트에 특이한 박음질 작업을 한 것처럼 보였고, 허벅지 기장의 탑코트는 왠지 모르게 오육십년 대 네오 에드워디안 느낌이 났다. 나머지 옷들은 스타일의 기본인 대중적인 셔츠와 바지 등이다. 황토색, 흐릿한 회색, 부드러운 청록색 그리고 암회색 같은 부드러운 중립적인 색상과 각진 디자인이 잘 어울린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전반적으로 편안하면서도 도회적인 느낌을 추구하는 세련된 방식이 주목할 만했다.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소설가 아나이스 닌의 경고가 떠올랐다. 그녀는 우리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우리가 아는 대로 본다고 말했다. 아나이스 닌은 아마도 당대의 문학 평론가들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나이가 있다 보니 내 취향은 아무래도 오래되었다. 솔직히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이란 것이 점점 제한적이다. 하지만 만약 이 학생들의 작품이 미래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팬데믹 이후에도 (20세기의 가장 현저한 패션 흐름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유행이 지속할 것이고, 코스모폴리탄 느낌과 단순함에서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감각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패션에 정말로 단순한 것은 없다. 킴 카다시안 스타일처럼 고의적으로 낡은 옷차림이나, 지나치게 가벼운 평상복은 없었다. 십년 전 패션계를 달궜던 슬림핏 슈트도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사람들의 말이 맞을 것이다. 힘든 시기를 경험하면 사람들은 이미 시도해 보았던 것들, 믿을 수 있는 것들, 조금이라도 안정성을 줄 수 있는 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좀 더 주의해야 하는 것은 창조성의 형태이다.

▲ 사진 출처 = THE ARMO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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