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을 건드리는 유쾌한 불쾌함

-영화 ‘미나리’- 김다희 수습기자l승인2021.06.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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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나리'(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미나리’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삶과 애환을 그린, 흔치 않은 영화다.

정이삭 감독의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이 미국에 이민을 와서 겪은 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낯선 미국,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 분)은 병아리 감별사를 하며 모은 돈으로 아칸소에 있는 토지를 매입해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 분)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제이콥의 가족은 시골 벌판에 있는 트레일러에 살게 되고, 생계를 위해 메마른 토지를 개척해 농경지를 만들 계획을 세운다. 아직 어린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 분)가 함께 살기로 하고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 씨를 담은 할머니가 한국에서 도착한다. 아이들을 돌봐주지만 정작 ‘데이빗’(앨런 김 분)은 할머니에게서 냄새가 나고 이상하다며 할머니를 싫어하게 된다. 제이콥은 땅을 일궈 농작물을 심지만 물이 부족해 농작물 피해가 생길 위기에 처하고, 또 설상가상으로 농장에 불까지 나게 된다. 이들은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다시 꿈꿀 수 있을까?

 

“여기에서는 그 정도도 충분하다.”

제이콥이 모니카에게 말했다. 마치 캘리포니아와 같은 미국의 중심부에서 밀려나는 한국인 이민자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말처럼 들린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부족하지만, 아칸소에서는 괜찮다는 말은 처량하게 들린다. 병아리 감별사의 일은 캘리포니아와 아칸소의 차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이라는 사회를 보여주는 것이다. 병아리 공장에는 이상하게 아시아인들이 대부분인 반면, 교회에는 백인들이 가득하다. 아시아 가족은 희귀하지만, 병아리 공장에서는 누구도 아시아인을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 인종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데이빗은 모니카와 제이콥의 ‘걱정의 대상’이며, 동시에 아슬아슬한 삶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제이콥과 모니카의 입버릇이 “데이빗 뛰지 마.”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말이다. 마음껏 살기 어려운 한국인의 현실이 반영돼 있다.

 

“미나리는 어디에 있어도 알아서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든 건강하게 해줘”

희망이 무너져 슬퍼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기적이고 어리숙한 실수를 인정하며 다시 새롭게 시작해 보자는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렇게 제이콥과 데이빗은 할머니가 심어 놓은 미나리를 수확하기 위해 숲속으로 떠나게 된다. 밖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정말 많이 일어났음에도 잘 자라난 미나리를 보고는 “할머니가 좋은 자리를 찾으셨다”는 말과 함께 사랑과 성장에 대한 의미를 담아낸다. 마치 불행한 사건들을 겪으며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성숙하게 자라난 우리처럼 말이다. 이주민의 힘들고 머나먼 적응기 속에서 벌어지는 차별로 분명 한계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들은 제쳐두고 ‘가족의 삶’에 집중하면서 어떤 식으로 성장해 나가는지 짐작할 수 있게끔 마무리하는 것이 여운을 남기면서도 더 아름다울 수 있었던 선택이 아닐까.

 

인생의 변환점

이 영화는 미국 영화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을 준다. 배경은 미국이지만 나오는 배우들, 이야기, 소재들도 한국적이다. 마치, 미나리처럼 우리 한국인은 척박하고 시련이 가득한 미국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던 가족의 위기는 오히려 불행 앞에서 공교해지고 순자는 그런 가족의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본다. 다시 봄은 오고, 데이빗과 제이콥은 순자가 미나리를 심어둔 곳에 가서 할머니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가족이 다시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암시한다. 회복된 데이빗의 심장처럼, 어디서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제이콥 가족도 아칸소에서 잘 해내 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며 인식에 대한 변환점이 언제였는지를 기억하며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성장해 나갔는지를 돌이켜 보는 건 어떨까.


김다희 수습기자  ekgml9043@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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