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열정에 시달리는 당신에게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박재형 기자l승인2020.12.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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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사회초년생 수습기자의 성장스토리를 다룬 정재영, 박보영 주연의 코미디 영화다. 학부 시절 신문방송학과 ‘과탑’으로 이름 날리던 도라희(박보영 분)는 스펙에 걸맞지 않게 듣도보도 못한 언론사인 ‘스포츠 동명’에 간신히 입사한다. 좁디좁은 취업문을 열어젖히고 마주한 건 커리어 우먼으로서 희망찬 앞날이 아닌 냉정하고 갑갑한 실전 사회생활이다.

그녀가 가장 버거워하는 것은 생소한 인사법, 낯선 취재 매뉴얼도 아닌 회사에서 ‘꼰대’, ‘미친개’로 통하는 하재관(정재영 분) 부장이다.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 대화는 불가능하며 입에 “열정만 있으면 못할 게 없어!”를 달고 산다.

하 부장은 혹여 밑에서 실수라도 하면 차근차근 가르쳐 주지는 못할망정 열정을 탓하며 매일 새로운 열정만을 강요할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도라희는 첫 출근을 ‘열정 삼창’과 함께 시작한다.

 

“수습은 쉬는 날이 아예 없는 건가요…?”

도라희 기자의 첫 출근날, 업무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첫 질문은 휴일이었다. 당연히 미친개 하 부장은 언성을 높이고 도라희 기자는 이름값이라도 하듯 첫날부터 모든 기자들에게 ‘또라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어지는 수습 간 회식 자리는 하소연으로 시끌벅적하다. “우리가 이런 대접 받으려고 쌔빠지게 공부한 건 아니잖아”라는 자괴감부터 시작해 “야, 솔직히 농구 골 들어갈 때마다 기사 쓰는 건 아니지 않냐?”, “우리 부장이 그러더라, 일할 사람 넘치니까 차라리 용돈 받으면서 배운다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냐고..” 영화 속 ‘꼰대’ 뒷담화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저 장면이 진짜 사회생활인가 싶어 문득 두려움이 들었다.

며칠 뒤 전체 회식 시작에 앞서 레저부 수습(윤주 분)은 업무시간에 격려를 가장한 국장(오달수 분)의 스킨십에 모두가 모인 회식 자리에서 당당하게 항의하지만 “아 맞다. 아까는 미안, 실수였어” 한마디에 묻혀 버리고 만다.

 

20대, 우리에게 열정이 남아있기는 할까?

입시부터 시작해 스펙, 취준생 시절을 준비하며 전생, 후생의 열정까지 열정이란 열정은 다 갖다 쓴 것 같은데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열정을 갈취당한다. 그렇다고 그만두자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열정은 없고 지금까지 고생해 온 시간이 너무 아깝다. 물론 영화의 결말은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답게 도라희 기자의 열정이 다시금 불타오르고 특종을 보도해 사회와 연예계의 정의를 구현시킨다. “영화니까 그럴 수 있어”라기 보다 현실에서는 기대되지도 않는 판타지 같은 결말이다. 현실과 영화는 엄연히 큰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갑갑하고 사막 같은 현실을 살아가려면 열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열정 기근 현상, 아쉽게도 20대에게 열정은 멸종 위기다.

 

없는 열정을 어디서 가져와야 할까?

어떻게든 힘겹게 열정을 찾아낸다 한들, 얼마 안 가 여기 쓰고 저기 쓰면 진정 나를 위한 열정은 찾아볼 수 없다. “열정이 배를 채워주진 않는다”라는 말보다 “배 채울 열정마저도 없다”가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열정이 바닥나고 ‘현자타임’이 오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누구 좋자고 이걸 하고 있는가?” 궁극적으로 날 위해 시작했는데 날 위해 남긴 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보면 이 자문자답의 시작은 현자타임이 아닌 지난날 ‘열정으로 가득 찬 자신’을 찾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흔히 이것을 ‘초심찾기’라고 한다. 초심을 되찾으면 열정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들고 있었을 뿐이란 걸 깨닫는다.

 

“열정만 있으면 못할 게 없어!”

진부한 표현이다. 솔직히 열정이 밥을 먹여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열정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몇 개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열정이 분명하다. 그렇다 한들 가진 것이 열정뿐이라 걱정된다면 열정을 가진 것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고단한 하루를 보냈음에도 갑질하는 상사, ‘꼰대질’하는 선배, 갈수록 개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후배 뒷담화를 위해 술자리를 갖는 것도 열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의 20대는 하루가 멀도록 열정에 대해 고민하고 또 열정 기근으로 걱정한다. 당장 열정이 부족해 걱정이라면 내가 왔던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그려 보는 건 어떨까?

열정은 기성세대가 시전하는 필살기가 아닌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 주는 나침반이다.


박재형 기자  super0368@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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