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먹어도 쉽지 않은 길

동대신문l승인2020.12.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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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교육아사리 원영스님

무명옷에 풀을 먹여 깔깔하게 입고 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연말이 내다보이는 겨울이다. 솜 넣은 누비옷을 입어도 머리카락이 없어서인지 자꾸 춥다. 우리 인생길이 항상 이런 겨울 같다면 얼마나 힘들까. 문득 인생이 너무도 고단하리라 생각하니 내 몸에 더 한기가 느껴진다.

인생을 설명할 때, 나는 곧잘 아메리카 인디언의 ‘옥수수 따기’를 비유로 말하곤 한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아이가 성인이 되면 옥수수 따기에서 가장 큰 것을 딴 아이를 대장으로 뽑는다고 한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옥수수밭에서 옥수수를 하나만 따되, 한 번 지나간 길로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고, 이미 딴 옥수수는 남과 바꿀 수도, 새 옥수수를 딸 수도 없다.

만약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옥수수가 설령 크더라도 그것이 가장 큰 옥수수인지 고민해야 하고, 더 큰 옥수수를 따겠다고 그냥 지나쳤다가 다시는 그만한 옥수수를 발견하지 못해 후회할지도 모른다. 더 큰 옥수수를 따겠다는 욕심이 수많은 잣대와 생각을 만들어 시끄럽게 충돌하는 순간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니 서둘러 빨리 딸 수도 없고, 안 딸 수도 없는 희한한 조건의 옥수수 따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조건이란 것이 우리 인생과 너무도 유사하다. 한번 지나온 길은 다시 되돌아가서 딸 수 없고, 따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니 말이다.

옥수수가 지천인 옥수수밭에서 이 무슨 망설임일까 싶지만, 우리 삶도 그러하다. 살다 보면 기회도 많고 인연도 많지만, 내 마음에 드는 것을 딱 하나 고르기엔 욕심에 눈이 가려 망설임과 두려움이 자꾸만 커진다.

나 또한 젊은 날을 보내고 이제 와 돌아보니, 크고 좋은 옥수수를 따겠다고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지나온 날들 중에는 지금보다 더 크고 좋은 기회를 만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되돌아가 다시 살 수가 없다. 한 번 내린 선택은 물릴 수도 없고, 내가 선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의 무게만이 내 것이 되었다.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인생이 걸어놓은 옥수수 따기 같은 조건들은 대개가 나를 성숙시키기 위한 조건이었다는 점이다. 나를 경쟁상대로 느꼈던 이들이나 내가 의식했던 이들조차 나의 인생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었던 존재들이었고, 괴로움과 상처조차도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투자처였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오랜 세월 동안 고정된 틀에 맞추어 사람들을 교육해 왔다. 불교는 불교 나름대로 고정된 틀 속에서 살아가려니 매 순간마다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왔다. 이런 틀이 어쩌면 우리 삶에 불필요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우리를 사회적 인간으로 만드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가치로 작용될 수도 있다. 마음은 먹어도 쉽지 않은 길 위에 우리는 서있다. 마음먹고 선택한 것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걸어가는 것, 바로 그 길 위에 각자의 도약이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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