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열풍 속 숨겨진 무분별한 폭력

정의구현이란 명분 속 가려진 저격과 까는 판, 마녀사냥은 아닌지 재고할 필요성 대두... 윤예진 기자l승인2020.11.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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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변예린 전문기자 0222ylsp@dongguk.ac.kr

최근 SNS를 비롯해 여러 플랫폼들이 발달하면서 그에 따른 다양한 콘텐츠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일반인들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반면 ‘저격’으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도 있다. 저격이란 일정한 대상을 노려 신상정보, 과거행적 등을 파헤친 뒤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행위들이 온라인상에서도 벌어지면서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가짜사나이’는 대중들로 하여금 큰 호응을 얻었지만 해당 영상 출연진들 또한 저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가짜사나이 시즌 1에 출연한 이근 예비역 대위(이하 이근 대위)와 로건 조교가 저격 표적이 됐다.

 

지난 9월 14일, 유튜버 ‘정배우’는 한 남성의 나체 사진을 공개하며 “로건 조교가 과거 온라인 채팅에서 탈의와 성적 행위를 유도해 사진을 찍은 뒤 협박을 하는 범죄인 몸캠 피싱을 당해 촬영한 사진”이라고 주장함과 동시에 성매매 전적도 갖고 있다는 의혹을 같이 제기했다. 또 다른 유튜버 ‘연예부장 김용호’ 역시 여러 영상에 걸쳐 이근 대위의 성범죄 전과를 공개했고, “이근 대위 때문에 한 여성이 사망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두 유튜버의 저격이 계속되자, 피지컬갤러리 측은 “가짜사나이 시즌 2 제작진과 출연진이 이번 논란으로 고통받고 지쳐있다”며 조회수 1억 회를 앞두고 업로드 중단을 결정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여러 SNS에서 유명인들을 비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일명 ‘까판’, ‘까계정’이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본래 취지는 일부 유튜버의 고발 채널과 까판은 억울한 사람들의 울분을 풀어주고, 유명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시청자에게 끼칠 수 있는 해악을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제보에 따른 허위 사실 유포와 집요한 인신공격 게시글이 많은 조회수를 얻기 시작하고부터 그 목적은 변질되기 시작했다.

 

대학생 소통창구, ‘에브리타임’의 두 얼굴

현재 대학생 필수 애플리케이션으로 불리는 ‘에브리타임’은 학생들이 익명으로 거리낌 없이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공간이다. 해당 어플리케이션은 시간표 기능을 제공하고 ‘자유게시판’을 통해 학내 ‘꿀강의’(재밌거나 높은 학점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강의) 추천은 물론 취업 준비에 도움 되는 정보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로 출발했다. 일반 커뮤니티와 달리 같은 학교 학생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 간 심리적 밀착감이 크지만 동시에 위험한 발언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다.

 

‘에브리타임’의 가장 큰 문제는 익명성을 악용한 음란, 모욕, 명예훼손, 혐오행위와 무분별한 저격 및 악성 댓글이다. 더불어 익명성에 기대 타인을 비꼬고 쉽게 모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사이버모욕행위가 벌어지며 고통받는 학생이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관계 파트너를 구하거나 쪽지로 음란 대화를 나눌 상대를 구하는 통로로 전락했다. 이에 게시판 개설 의도와는 반대로 음담패설이 가득한 곳으로 타락했다.

 

한 과학기술대학 학생은 에브리타임에서 자신의 인상착의를 묘사해 본인에 대한 호감을 표시한 게시물을 발견했다. 해당 학생은 “처음에는 본인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 듯해 단순히 넘어갔지만 점점 정도가 심해졌다”며 “에브리타임 측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게시물 작성자의 신상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익명 플랫폼이라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했다.

 

또 다른 불교문화대학 학생 역시 저격당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너무 무서웠다. 대놓고 소속 학과와, 신상 정보가 올라와 나라는 것을 다른 학생들이 단번에 알아챘고 에브리타임에 들어갈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며 “지인들이 나를 보면 수군거리는 것 같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SNS저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 역시 “익명성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공간에서 무슨 말을 못 하겠느냐”며 “거친 표현으로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의 기준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규율이 없으니 ‘여기선 어떤 말이든 해도 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근거 없는 저격 게시글들을 업로드 하는 이들을 일컫는 ‘에타충’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나는 등 학생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끼리’는 좋지만 ‘자정’ 필요

이러한 현상에 있어 전문가들은 특정 집단의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 학내 익명 커뮤니티로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 유대감을 형성해 생산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학내익명커뮤니티는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익명이라는 특성이 도덕적 측면에서 자기 통제나 억제 수준을 낮추게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자정 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밀양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한 상담사는 “유언비어나 악성댓글을 단 사람들의 심리를 조사해 보면 불안 심리의 작동으로 원인을 누군가에게 돌리려고 하는 심리가 있다”며 “이는 연극성 성격장애로 자신이 주목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심리로 대댓글에 쾌감을 얻거나 관심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허위사실에 대해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해악을 막기 위해 개설된 커뮤니티 게시판. 하지만 이제는 그 부작용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SNS 저격에 따른 허위사실 및 과거행적 유포 등의 문제가 등장하며, 이제는 청소년과 대학생 등 모든 이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자기 통제와 억제 수준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윤예진 기자  yejin@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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