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발굴·복원사업, 우리의 유적지 이대로 괜찮은가?

관광객 유치위한 유적보존보다 문화재보존의 본질을 잃지 말아야 이효승 기자l승인2016.10.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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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왕경 핵심유적 정비 · 복원 사업

  “역사는 국가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의 중심지는 신라 문화다.

  한반도의 제국 신라를 세계 앞에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경주 지역의 신라 문화를 복원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융성 시대를 앞당긴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중국 시안시의 대명궁 국가유적공원, 로마와 아테나의 도시유적 등 세계 주요 역사도시에서 역사복원을 통해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관광 상품화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신라의 역사 문화유산에도 이뤄져야 한다.

  바로 ‘신라왕경 핵심 유적 · 정비 복원 사업’을 통해서다.” 위의 내용은 최양식 경주시장의 주장이다.

  역사가 없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역사의 뿌리를 되살리고 후대에게 널리 알리는 일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무리한 방법으로 그 뜻을 실현시킨다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지는 않을까? 사업의 내용은 월성 왕궁, 황룡사, 동궁과 월지 등 왕경 핵심 유적을 되살린다는 마스터 플랜을 내놓으며 20년 내(2025년까지)에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서봉황대 등 왕릉급 무덤 5개 이상을 발굴하겠다는 마스터 플랜의 주요계획이다.

  사업기간은 총 20년이지만 새 고분 발굴은 5년 안에 완료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서봉황대와 135호는 마립간 시기 고분묘실의 구조와 옛 건축물의 자취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대형 고분이며 새로운 부장품이 발굴되면 홍보 효과를 통해 관광객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쪽샘지구 44호 및 그 외 고분들은 발굴과정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해 관광객을 도심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발굴을 5년 안에 완료하는 계획이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한 얘기이며 목적이 분명하지 않는 발굴은 곧 파괴다.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발굴하며 학계의 고증, 연구를 거쳐 어떻게 복원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당시의 모습을 알려줄 어떠한 자료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월정교, 황룡사 9층 목탑 등이 대표적 사례다.

  13세기 몽골군의 침입으로 당시 불탄 황룡사 9충 목탑으로 추정할 뿐 실제 목탑이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 현재 복원작업이 한창인 월정교도 마찬가지로 터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형태는 불확실하다. 현재의 설계안은 중국의 누교를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지나치게 규모가 크고 주변 경관과도 어울리지 않으며, 보존의 목적과 다르게 관광 상품화하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대로 밀어붙인다면 유네스코 문화유산 해체 위기와 복원된 신라왕경이 현대인들이 만들어 낸 상상의 창조물로 전락할 수 있다.

 

Q. 우리학교 강현숙 교수(고고미술사학)의 생각을 들어봤다.

A. 유적의 정비·복원의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그 예시로 월정교 사업을 꼽을 수 있는데, 복원된 다리의 모습이 신라 당시의 다리를 재현한 것인지 알 수 없고 월성과 조화를 이루지도 못한다.

  현재의 월정교는 현대적 관점에서 현재의 기술로 만든 것으로 진정한 역사복원이 아니며, 이는 오히려 역사적 상상력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

  한편 신라 왕경에는 왕궁과 관청, 종묘사직 등의 제사유적과 사찰 등이 방리제라는 하는 도시 구획 하에 경관을 이루었을 것이지만, 외관의 정비 · 복원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신라 왕경을 축소시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관광수입 등을 목적으로 급하게 진행되는 정비, 복원은 역사를 왜곡시킬 수 있고 역사 파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원래의 형태의 복원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있는 역사·문화적으로 중요한 유적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실태

  불행히도 경주 신라유적지구 뿐만 아니라 백제역사유적지구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유네스코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문화재 보존 · 관리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신라왕경유적지구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점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 문화재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라 단정지을 수 있다. 백제역사지구에서 세계유산에 등재된 문화재 8개의 유적가운데 5개가 E등급이 나왔다.

  대부분 기초 불안정, 부분 침하, 이격(벌어짐), 돌출 등이 문제였다. 일제강점기 때 해체하여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지금껏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증마크를 단 세계유산의 관리와 운영이 부실한 상황에서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경주의 지진으로 인해 문화재 관리 부실이 여실하게 드러나 문제를 더하고 있다. 불국사 내 다보탑은 상층 난간석이 내려앉았으며 대웅전은 용마루와 담장 일부가 파손됐다. 이외에도 불국사의 관음전과 나한전의 담장 기와가 파손되는 등 석굴암과 불국사 내 지정문화재 10건 중 4건이 지진피해를 입었다. 월성지구에서는 첨성대가 기울어지는 변이가 일어났고 고분군 분포지역인 대릉원지구에서도 신라오릉과 재매정의 담장기와 훼손되고 벽체가 파손됐다.

  하지만 2014년 지진과 화재 등의 위험에 대비한 문화재청의 전수 조사에서 이미 지적된 문제들이었다. 불국사 대웅전은 기와 노후로 E등급으로 평가됐고, 단석산 마애불은 암반부 파손이 지적됐는데, 2년이 넘도록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대다수의 문화재들이 위험에 노출돼있다. 장기적 관점의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신라와 비슷한 도시 일본 ‘교토’

  그렇다면 지진이 잦은 일본은 어떻게 문화재 관리를 하고 있을까? 일본의 교토는 천년고도를 간직한 경주와 유사점이 많다. 교토는 오늘날에도 문화의 중심지로 남아있다. 교토는 1000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고 도쿄로 수도가 옮겨진 후에도 일본의 문화 수도로 남아 있다. 오랜 기간 열도의 중심지로 기능하며 왕궁과 사찰 등 수많은 문화재가 모여 있기 때문에 교토는 ‘도시 자체가 문화재’란 말로 정의된다. 또한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도시이지만 고층건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청주변과 교토역 주변 등 일부 중심지를 제외하고 대부분 저층 건물로 이뤄져있다.

  일본 정부와 교토부.교토시가 종합적 경관관리시책을 추진해왔던 결과이다. 1966년 일본 정부는 문화재가 많고 경관보존의 필요성이 높은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고도보존법을 제정했다. 교토시는 도시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시가지경관조례’를 제정해 역사지구 보존, 옥외광고물 규제 등을 실시했다. 또한 건물의 높이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다자인에도 제한을 뒀다. 전통가옥 밀집지역에는 건축물의 모양과 재료, 색채 등을 정할 때도 지진의 강도를 견딜 수 있게 심혈을 기울인다. 또한 교토 뿐 아니라 일본 전체는 체계적인 방비책을 적용해 시행하고 있다. 예비적, 전문적 진단을 나눠 실시해 판정결과에 따라 내진성 방향이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실제 문화청은 이런 방식으로 조쿄지 본당에 대해 규모 5.0지진이 발생할 시 건물 전체가 7cm 기울어진다는 것을 파악해 건물에 철골 프레임을 설치하는 방식의 최적화된 내진보강을 실시했다. 철저히 예방한 결과 그 이후에 최대 규모인 지진이 강타했을 때 비교적 적은 문화재만이 피해를 입었다.

 

경주만의 문화관광 콘텐츠

  문화재야말로 국가와 그 도시의 최고의 관광자원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관광객 유치만을 위한 보여주기식 관광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다. 경주의 현재 문화자원으로 또는 경주만이 가질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없을까?

 

Q. 우리학교 박종구교수(호텔관광경영학)의 생각을 들어봤다.

A. 문화콘텐츠 발굴, 즉 ‘거리’(이야기의 소재)를 무엇인지 규정하는 기준은 콘텐츠를 활용해 관광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경주만의 문화콘텐츠는 신라의 건국신화라고 생각한다. 한편 경주는 문화콘텐츠의 근간인 문화원형을 발굴 및 복원해 에듀테인먼트를 결합한 ICT와 결합된 융합형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문화유적 외에 전설, 신화, 민담, 인물, 조각 등이 아날로그의 대표문화아이콘을 선정한 후 첨단 High-Tech인 실사형 3D그래픽으로 재현하고 오감형 체험까지 가능한 4D수준의 체험관으로 육성하기 위한 콘텐츠 산업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관광객과 지역문화의 소통과 공감이다.

  역사적 스토리텔러 양성, 셀프 도보 가이드 표지, 역사문화 감성관광 여행스쿨 개설 등을 통해 경주를 단순한 유물과 유적의 흉내와 답습이 아닌, 신라문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줄기’를 찾아야 한다.

 

※ 위 기사는 15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효승 기자  dlgytmd96@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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