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대학생 여러분께

동대신문l승인2020.07.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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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용 에디터(저서: 『당신이라는 브랜드에게』,『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등)

  "21세기에 웬 역병이에요." 출산휴가에서 복귀해 오랜만에 저와 마주 앉은 어느 지인이 말했습니다. "올 여름엔 어디 해외여행이라도 잠깐 갈까 했는데 완전히 망쳤잖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코비드-19로 인해 우리가 으레 할 수 있을 거라 여긴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대학생 여러분은 출산휴가나 해외여행이 남 일처럼 들리시려나요. 하지만 여러분도 언젠가 자기도 모르는 새 어른이 되어 있을 겁니다. 저처럼요.

  대학생 여러분이 더 난감할 겁니다. 여러분 삼촌뻘인 저희도 몰랐을 역병을 여러분이라고 아셨겠습니까? 실질적으로도 아주 불편하시겠죠. 캠퍼스의 시간들이 '싸강'이 되었는데 학비는 그대로고, 취업을 하실 분들은 공채가 줄어들다 못해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했다고 들었습니다. 차라리 이참에 입대를 해버리는 게 낫겠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여름방학은 보통 군대 가는 학생들이 약올라하시고 노는 학생들이 신나는데, 이번 여름은 반대일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우리' 처럼 하나마나한 말은 않겠습니다. 세계의 석학도 모를 걸 일개 필자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대학 축제마다 나오는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멜로디처럼 모두 알 만한 이야기나 해 볼까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고 수준의 위기에 사망자 데이터도 무시무시합니다만 경제의 뿌리인 생산시설은 전혀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사랑하는 여행지도, 당장은 날 수 없는 비행기도 원래 있던 곳에 그대로 있습니다. 백신이 언제 개발되느냐, 그 백신이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의 시간 문제겠지요. 제가 확신하는 건 하나 뿐입니다. 지금 우리의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을 거라는 점입니다.

  <크리스토파노와 흑사병>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1630년대 이탈리아 프라토에 돌았던 페스트에 대한 책입니다. 옛날이었으니 이유를 모른 채 여러 사람이 죽었습니다. 의학과 전혀 관계 없던 크리스토파노 디 줄리오라는 사람이 보건소 보건위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크리스토파노는 혁신적인 방안으로 질병을 퇴치하지 않았습니다. 억울해하지도 않고 대중을 선동하지도 않은 채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을 했습니다.

  크리스토파노의 일은 아름답게 치장된 문장이 아니라 숫자로 압축된 팩트로 적혔습니다. 크리스토파노가 몇 명을 수용시켰고 급여는 얼마를 받았는지같은 일들이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저자 카를로 치폴라에게 이 책은 경제사 연구서입니다만, 경제사와 별 관계 없는 수백 년 후의 저에게도 묘하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훨씬 혼란스러운 때도 자기 일을 하던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동시에 섬뜩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아 이 세계에 계속 떠돌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와 화면캡처로 대표되는 지금에서라면 우리의 모든 행적이 부끄러울 만큼의 고해상도로 남아 있을 겁니다. 그러니 혼란의 시대라도 아무 말이나 짓고 옮기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700년 쯤 뒤 '한국의 어떤 대학생이 단톡방이라 부르던 당시의 의사소통 공간에서 지독한 헛소문을 퍼뜨렸다' 라는 말이 쓰일지 누가 압니까.

  코비드-19가 전 세계를 휘감아도 여름은 옵니다. 중대본이 아무리 만남 자제를 권유해도 전국의 호텔이 이미 거의 꽉 찼다고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동의 자유를 누가 막습니까. 이 참에 더 많은 사람이 한반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테니 그것도 나름 좋다고 여길 수밖에요. 대학생 여러분들도 개인 건강에 유의하시며 즐거운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손 잘 씻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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