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작가 생존기

동대신문l승인2020.09.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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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시나리오 작가 김호연 <데뷔작: 2013,『망원동 브라더스』>

  올해 초 코로나가 몰려오던 즈음 새 장편소설을 구상 중이었다. 작년에 시나리오를 쓰며 한 해를 보냈기에 올해는 진득하게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때 이전에 일했던 영화사로부터 새로운 시나리오 작업 의뢰가 들어왔고, 고민 끝에 계약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위축될 거란 걱정에 소설보다 고료가 높은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는데, 계약을 마치고 얼마 안 돼 31번 확진자가 나타났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외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세계적으로도 더욱 확산이 되어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고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뉴 노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계약한 시나리오를 쓰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나와 상암동 작업실까지 걸어간다. 작업실이 있는 건물 입구에서 체온 체크를 받고 들어가 작업실에 당도해 마스크를 벗는다. 다행히 1인 작업실이라 마스크를 벗고 일할 수 있지만,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은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할 테니 그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리라. 이럴 때는 고립이 일상이고 고독이 일과인 작가의 삶이 다행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동료 시나리오 작가들과의 회합도 모두 취소되었다. 단톡창엔 작가라서 자가격리는 전문가 수준이라는 농담과, 개봉영화가 밀리며 도미노처럼 벌어지는 영화계 불황에 대한 걱정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실제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4월부터 극장은 텅 비었고 이는 영화 투자와 기획 역시 얼어붙게 만들었다. 개봉 예정이던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갔듯이, 작가들도 시나리오를 쓰기보다는 드라마나 OTT 플랫폼용 대본을 쓰는 걸로 작업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남은 시나리오 작가들은 이 참에 작품이나 많이 써두는 게 이 시대를 견디는 길이라 다짐했지만, 언제까지 계약과 지원 없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다시 한 번 31번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 시나리오를 계약한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시나리오 작가 말고 다른 작가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출판계 역시 위기감을 느껴서인지 소설이나 에세이 계약은 미뤄지거나 취소되고 있었고, 이 와중에 대형 출판유통 업체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불황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 초기엔 도서관도 문을 닫고 외출이 자제되는 상황이라 인터넷서점에서 책이 좀 팔릴 거란 기대도 있었으나, 사람들은 책보다는 넷플릭스와 스마트폰을 선택했다. 출판계와 작가들은 단군 이래 출판계는 늘 불황이었다고 자조해보지만 계속될 코로나 시대는 불황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된 게 아닌가 한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전업작가로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히 어려운 일이자 생존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회당 1억을 받는 드라마 작가나 월 1억을 버는 웹소설 작가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들은 피라미드 최정상의 작가들이고 대부분의 작가들은 직장인 연봉도 벌기 힘든 게 사실이며 프리랜서인지라 4대보험, 국민연금, 주휴수당, 실업급여 등은 다른 세상 일일 뿐이다.

  그리하여 코로나 시대라고 작가들이 기죽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난과 불황은 늘 우리들의 친구였고, 고군분투 버티며 자기 이야기를 써 온 작가들은 고통과 시련이 훌륭한 글감이란 사실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소설가 G.K. 체스터튼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것은 쉽다. 그것이 사라질 때를 상상할 수 있다면.” 코로나 시대 이전에 우리는 이런 일상을 상상할 수 없었다. 이전의 일상을 지금은 그리워하지만 그때는 당연하게 여겼을 따름이다. 뉴 노멀이 도래한 지금, 우리는 상상해야 한다. 무엇을 더 사랑해야 할지를, 어떻게 더 섬세하게 세상을 다루어야 할지를. 작가들은 그러한 상상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작가들이 쓰는 글과 이야기가 코로나 시대를 온전히 기록하고 그 이상을 기대하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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