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훈대사의 천기누설

천상계와 지상계의 왕래, 표훈대사의 비범한 능력 동대신문l승인2015.12.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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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교육원 최호택 강사

  경주 토함산 불국사 들머리에 코오롱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때 불국사가 증창되면서, 처음으로 호텔다운 관광호텔이 하나 생긴 것이다.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불국사와 석굴암이 위치한 토함산을 끼고 있는 이 호텔은 미니골프장까지 갖추고 있어서 경주를 찾는 이들에게 명소가 되었다. 지금도 호텔 현관을 들어서면 왼쪽 복도 안벽에 그 호텔 위치가 명당자리임을 밝힘과 동시에, 신라시대 불국사 주지였던 표훈대사의 천기누설에 대한 이야기를, <삼국유사>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신라 제 35대 경덕왕은 신라의 황금시대를 이끈 훌륭한 왕이었지만, 슬하에 자녀가 없었다. 선왕인 효성왕도 후사가 없어 아우인 경덕왕에게 왕위를 물려주었기에, 경덕왕은 아들을 얻으려 각양 노력을 다하였다. 왕비에게 아들 못 낳는 죄를 씌워 폐위시키고, 각간 의충의 딸 만월부인을 후비로 맞아 경수태후라고 했다.

  결국 경덕왕은 부처님께 의지하고자 학행이 뛰어나고 도술도 능했던 표훈대사에게 간청했다. 대사는 상제가 계시는 상천도 마음대로 왕래하였다. 경덕왕은 표훈대사에게 “과인이 복이 없어 아들을 두지 못했으니 상제께 부탁해달라”고 했다.

  대사는 왕의 간청을 거절치 모하고 그대로 고했으나, 상제께서 딸은 얻을 수 있지만 아들은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왕은 막무가내로 딸을 아들로 바꾸어 주기를 구했다.

  그런데 상제는 딸이 아들이 되면 나라가 위태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표훈대사는 “부디 저희 국왕의 청을 들어 주소서”하고 떠나오려는데, 문득 대사를 불러 상제가 말했다. “하늘의 세계와 인간세계는 엄연한 한계가 있어 문란해질 수가 없는데, 대사는 하늘나라를 이웃마을처럼 드나들면서 천기를 누설했으니, 앞으로 다시는 왕래하지 말라”고 했다.

  대사가 돌아와서 왕을 깨우치게 하려했으나 왕은 완강히 고집했다. 비록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고 해도, 아들을 낳아 뒤를 잇게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경덕왕은 소원대로 만월부인에게서 아들을 낳아 잔치를 벌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이었고, 아들이 8세 되던 해 경덕왕은 세상을 떠나고, 어린왕자가 왕위에 올라 제 36대 혜공왕이 되었다. 모후가 대신 정사를 돌보았으나 올바른 정치가 되지 못했다. 왕은 어렸을 때부터 여자 운명이라 그런지, 자라면서도 여자 짓만 했다. 날마다 비단주머니를 차고 궁녀들을 희롱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정치는 어려워지고 도둑이 전국에서 벌떼처럼 일어나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경향 각지에 이변이 일어나는데, 멀쩡한 땅이 꺼져 못이 되는가 하면, 항아리 크기의 천구성이 동루의 남쪽에 떨어졌다. 이런 변고가 있으면 천하가 어지럽다고 해서 왕은 대사령을 내려 죄수들을 풀어주고 목욕재계하며 반성했다.

  그러나 천운은 어찌할 수 없었다. 서울과 지방에 큰 난리가 연이어 일어났다. 그런 가운데서도 혜공왕은 용하게 16년을 재위했다. 그러나 결국 김지정의 난을 당해 왕과 왕비는 난중에 목숨을 잃었고, 시체마저 거둘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생애를 마쳤다.

  이 난은 김양상과 김경신 등에 의해 평정되었는데, 김양상은 자립하여 37대 선덕왕이 되고, 김경신은 제 38대 원성왕이 되었다. 신라는 상대, 중대, 하대로 나누는데, 이때부터 하대 쇠망기로 접어들었다. 표훈대사의 천기누설은 소란한 세상을 만들고 말았다. 상제의 말씀과 같이, 천상세계와 인간세계는 엄연히 구별되어야 하며, 천기를 안다는 것 즉 내일의 운명을 미리 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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