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꽃

동대신문l승인2020.07.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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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미 시인(저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 『돼지들에게』 등)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가 곧 천만을 돌파한다. 우리나라 지방의 어느 도시는 이미 병상이 포화상태라며 2차 유행이 시작되었다고 의사인 친구가 말했다. K 방역의 성공에 대해서도 그녀는 색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우리나라는 신천지가 백신이었지. 그때 너무 놀라서 사람들이 검사하고 조심한 덕에 바이러스가 잡힌 거야.” 신천지 덕분에 대한민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했다? 코로나를 과소평가했던 미국과 브라질이 나중에 호되게 당한 걸 보면 친구 말이 맞는 것같다.

  몇 시간만 날아가면 국경을 넘고 인터넷으로 온갖 정보가 공유되는 2020년 초연결사회에서 인류는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다. 바이러스보다 먼저 공포가 덮쳐 인도에서는 때 이른 봉쇄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코로나에 맞서 인류는 너무 늦거나 너무 빨랐다. 이탈리아의 비극을 구경만하다 영국은 한때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브렉시트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공식화되자 유럽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하필 이런 때, 미국은 최악의 지도자를 만났다. 트럼프는 세계보건기구 자금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유럽에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이 한창일 때 전염병이 창궐했다. 이탈리아에서 매일 수백명이 죽어나가는데 유럽연합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탈리아에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민 건 러시아와 쿠바의 의료진들이었다.

  영국의 총리도 인도의 거지도 감염되었지만, 늘 그렇듯이 가장 약한 사람들이 먼저 희생되었다. 미국 흑인의 치사률이 백인보다 훨씬 높다는 치수에 언론이 주목할 즈음, 조지 플로이드 George Floyd 사건이 터졌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남성이 “숨을 쉴 수가 없다" 며 숨지는 장면을 목격자들이 휴대전화로 유통시키지 않았다면 역사는 다르게 흘러갔으리.

  코로나로 인해 스포츠도 리얼리티 쇼도 없고 술집도 문을 닫고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인종차별을 자극하는 영상은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퍼졌고, 분노한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글로벌한 스마트폰 덕분에 미네아폴리스의 비극은 미국의 비극이 되었고, 전 세계의 비극이 되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동상이 끌어내려졌고, 프랑스에서는 드골이 영국에서는 처칠도 공격을 당했다.

  동상을 부순다고 세상의 악이 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보존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자는 고 만델라대통령 부인의 인터뷰를 보았다. 과연 만델라의 부인답다. 미국에서 경찰의 과도한 진압을 금지하는 법안이 곧 통과된다니. 코로나바이러스는 흑인들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흑사병의 창궐과 끝없는 전쟁으로 1300년부터 1450년간에 유럽인구의 3분의 1이 감소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듯 르네상스라는 꽃을 피웠듯이, 인류가 이 보이지 않는 악마를 퇴치하고 더 멋진 모습으로 부활할 날을 기다려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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