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차별과 혐오의 유행

동대신문l승인2020.07.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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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복지보건학부 황종남 교수

  “그것은 중국에서 왔다. 나는 그래서 그것이 매우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바이러스 발원지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시끄럽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바이러스’라고 거침없이 표현하는가 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은 코로나19(covid-19)라는 정식명칭 대신 아예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말을 언론인터뷰에서 반복했다. 때 아닌 코로나19의 발원지 논쟁은 단순히 바이러스의 시작이 어디였는지에 대한 논쟁에 그치지 않고,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대유행을 불러일으켰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부러 앞에서 기침을 하거나 침을 뱉고 얼굴을 가리기도 하며, 버스나 지하철 좌석에 앉으면 일부러 다른 좌석으로 옮기는 등 불특정 다수 아시아인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을 여과없이 표출하는 인종차별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마스크 썼다는 이유로 야유와 고함을 듣기도 하며, 심지어 이유 없는 공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 인권위원회에 2월 1일부터 4월 16일까지 접수된 248건의 코로나 19관련 차별 신고 중 42%(105건)가 아시아계를 겨냥한 사건이였다. 이런 양상은 미국 뉴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다른 지역과 캐나다, 호주와 유럽 국가 등 서구 사회 전반에 걸쳐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 및 집단구타와 폭행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즉, 코로나19가 제일 처음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차별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몇 달간 우리는 누군가 미워하는 일에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다. ‘지금 이 시국에’ 클럽에서 춤을 춘 젊은 친구들에 대한 분노가 인터넷 댓글을 뜨겁게 달구었다. 제주도 맛집 탐방을 한 서울 강남 출신 유학생, 서울 자식 집에 올라오신 대구경북지역 할머니, 교회예배에 참석했던 중년 여성 모두 미움 대상이자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방역을 위하여” 제공되는 확진자의 성별, 나이, 주거지, 직업, 동선, 그 이외의 수많은 개인 정보들은 언론을 통해 ‘며칠 간 그들의 생활’로 재구성되어 여과없이 보도된다. 재구성된 스토리는 확진자의 개인적 일탈과 거짓말 같은 자극적인 소재와 뒤섞여 어느 때보다 마음 편하게 타인을 비난하고 차별하고 혐오할 수 있는 꺼리가 되어 버렸다. 정확한 인과 관계와 사실을 알고 싶어하기 보다는 벅찰 만큼 쏟아지는 “방역을 위한” 개인 정보의 홍수 속에 확진자를 심판하는 일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이같은 차별과 혐오의 확산은 코로나19 확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확진자들이 검사를 기피할 수 있어 오히려 효과적인 방역을 방해하게 된다는 지적이 방역당국과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차별과 혐오를 연구하는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님이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글처럼 “혐오는 과학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상황을 악화시킨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 내 확진자에 대한 맹목적 비난과 비합리적이며 비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한 혐오와 차별이 지속된다면, 결국 기존 질서와 권력과 결합되어 새로운 ‘차별’로 고착화될 것이다. 마치 인종주의와 같은 사회구조적 차별과 같이. 이는 코로나로 인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용납할 수 없지만, 우리 스스로 코로나 차별과 혐오를 허용하고 정당화시키는 가해자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같은 겪고 있는 사건으로 인류 역사상 손에 꼽히는 재난이다. 우리의 일상을 뒤바꿔 놓은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해 세계 각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다는 논쟁은 불필요하다. 더 나아가 불특정 다수집단과 확진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유행은 우리 사회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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