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homore slump

동대신문l승인2020.06.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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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과대학 건강증진센터장 신혜경 교수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메르스나 지카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병이 돌고 있다고 한다. 대학 2학년만 되면 걸리는 “대2병”이다.

  이 병에 걸리게 되면 학업만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 자체도 허무해지고 자신감도 사라지면서 남들과 비교하여 자신은 뭘 했는지 후회하고 괴로워하게 되는 것이다. 영어권 나라에는 이런 용어가 없을까 하며 2학년을 의미하는 sophomore를 치니 slump, jinx가 같이 검색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가보다.

  그럼, 왜 대학 2학년만 되면 이 병에 걸리는 것일까? 1학년 때 누리던 새로움이 사라지면서 좀 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는 시기가 된다. 전공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면서 자기의 적성과 맞지 않는 부분이 나타나면 자기 선택에 대한 회의가 들게 되고, 취직이나 학점, 스펙 쌓기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휴학이나 편입, 반수를 고민한다. 남학생들은 주로 군대를 도피처로 여기게 되고 여학생들도 공부 등의 이유로 휴학을 선택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느낄 수 있는 진로 수정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인생에 있어 성공한 삶을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은 sophomore slump를 겪어보지 않고 바로 자기의 길을 찾았을까?

  스티브잡스는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리드칼리지 시절 그의 전공은 철학과 물리학이었다. 그도 진로와 학비에 대한 고민으로 대학 6개월 만에 자퇴하고, 이 대학의 평생교육강좌들 중 서체(calligraphy)에 몰두를 하였고, 결국 이것이 다른 PC와 차별화된 애플만의 아름다운 서체가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저커버그는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과 동시에 심리학을 주 전공으로 택했다.

  그래서 그의 심리학 공부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인터넷 세상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외국의 예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난중일기를 비롯해 많은 어록과 시를 남긴 이순신 장군의 경우도 10대 시절에는 10년 가까이 문과 공부를 하였다. 문과 과거시험에는 번번이 낙방하였지만 그 때 얻었던 많은 인문학적 소양들이 훌륭한 리더와 어려운 전장에서도 심리전으로 이길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또한 전장에서도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쓸 정도로 글쓰기가 몸에 밴 덕택에 난중일기가 후세들에게 전해지게 되었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로 남게 된 것이다.

  sophomore의 어원을 보면, 그리스어 sophos (현명한)와 moros (어리석음)가 결합된 단어로 모순된 의미를 갖고 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2학년이나 2년차는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동시에 갖고 있어 많은 갈등을 겪게 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우리가 현명함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인생을 좀 더 성찰해 보고 자기 내면에 소리를 듣는 일일 것이다. 이제는 어느 대학의 어느 학과를 졸업했다고 그 사람의 전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떤 일 혹은 학업에 흥미를 느끼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느냐다. 어떤 일이나 학업에 흥미를 느낀다면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3년간 전공 서적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인생의 방향이 좀 더 확실해질 것이다.

  그래서 3년 후에는 졸업장이 아닌 진정 자기가 좋아하는 일의 전공자가 되어 자기 인생의 주체적 설계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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