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들이 주도하는 순환 직업의 창출

김성철 교수의 불교로 보는 세상이야기 ⑤ 동대신문l승인2020.06.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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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문화대학 불교학부 김성철 교수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00년대 초에 있었던 일이다. 실업과 저임금의 원인이 방직기계의 개발과 보급에 있다고 생각한 영국의 직물노동자들은 영국 북부의 공장들을 습격하여 방직기계들을 부수기 시작하였다.

  유명한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다. 그러나 이들의 시대착오적인 테러가 도도한 문명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인간의 ‘물리적 힘’인 노동력을 대신하여 공장이 기계화, 자동화되면서 러다이트 운동가들이 주장하듯이 2차 산업의 전통적인 일자리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3차 산업인 서비스 산업이 다양해지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들이 창출되었고 산업혁명의 폐해는 서서히 극복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실업의 경우 옛날과 달리 그 출구가 없어 보인다. 컴퓨터와 인터넷, 휴대전화와 같은 정보통신기기들이 개발되어 인간 고유의 ‘정신적 기능’을 대신하면서 3차 산업인 서비스 산업까지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 분야를 예로 들어 보자. 고속도로의 경우 톨게이트에 하이패스 통행로가 설치되면서 요금 수납원의 수가 줄었다.

  또 과거에는 시내버스 한 대에서 세 사람이 일을 하였다. 운전기사와 앞문과 뒷문 각각에 배치된 두 명의 안내양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운전기사는 버스의 출입문만 열고 닫을 뿐이며 탑승요금의 수납은 출입구에 설치된 무인 단말기가 담당한다. 고속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 출입문에 검표원이 서서 탑승자를 일일이 체크했는데, 최근에는 자동검표장치가 설치되었고 검표와 함께 승객의 탑승 여부가 즉각 모니터에 표시된다. 고속버스 검표원이라는 직업이 완전히 사라질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이 하던 일을 이렇게 정보통신장비가 대신하는 것은 교통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일자리재앙’이 아닐 것이다. 교육, 행정, 유통, 여흥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이 실용화 되면 실업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문명의 전환기에 몰아치는 이런 취업난을 타개하는 절묘한 방안은 없을까?

  참으로 이상한 직업들이 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 선생님으로부터 열심히 피아노레슨을 받았는데 장성하여 다시 그런 피아노 선생님을 직업으로 갖는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입시학원을 다녔는데, 대학 졸업 후에 다시 그런 입시학원 선생님이 된다.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듯 한 직업이다.

  피아노를 배워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게 될 경우, 교육의 목적은 피아노 레슨의 바깥에 있는 제 3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3의 목적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순환의 고리가 생기면서 부수적으로 ‘피아노레슨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창출된다. 비단 피아노레슨 선생님만이 아니다. 운동 지도자가 되려는 젊은이에게 운동을 지도하는 운동 지도자와 대학 졸업 후 학원 선생님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를 가르치는 학원 선생님 등등 …. 논리학에서는 이런 구조를 악순환(Vicious Circle)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순환적인 직업들은 우리의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원래는 없다가 새롭게 생긴 직업들도 많고, 아예 없었어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직업들도 많다. 그런데 바로 이런 ‘악순환의 직업’들이 이 시대의 취업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단서가 된다.

  불교적으로 볼 때 세상에 원래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의 생각이 만들어 내었고, 그 후 우리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물론 엄밀히 얘기하면 우리의 생각 전체가 세상에 원래 있지 않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는 ‘길다’거나 ‘짧다’는 말을 사용하지만, 길거나 짧은 것은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막대기가 길다고 생각되는 것은 머릿속에 염두에 두었던 짧은 막대기와 비교했기 때문이며, 그 역도 마찬가지다. 큰 방과 작은 방도 그렇고, 아름다움과 추함도 그렇고, 부유함과 가난함도 그렇다.

  비교를 통해 발생하여 우리의 생각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이다. 또 우리는 하나의 강우현상을 보고서 “비가 내린다”는 말을 하는데 이때에 사용된 ‘비’라는 주어와 ‘내린다’라는 술어 역시 외부세계에 외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비’가 없으면 ‘내린다’는 작용이 있을 수 없고, ‘내린다’는 작용이 없으면 ‘비’도 있을 수 없다. ‘비’는 언제나 반드시 ‘내림을 갖는 비’다. ‘따라서 “비가 내린다”고 말을 할 경우 ‘내림을 갖는 비’가 [다시] ‘내린다’는 것이기에 ‘내림’이 두 번 있게 되는 오류에 빠지고 만다. 이와 반대로 ‘내림을 갖지 않는 비’가 하늘 위 어딘가에 있어서, 그것이 ‘내린다’고 생각한다면 이 역시 잘못이다. 그런 비 ‘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강우현상에 대해 “비가 내린다”고 묘사하지만, 내림을 갖는 비가 내릴 수도 없고, 내림이 없는 비가 내릴 수도 없다. 이렇다 할 수도 없고 저렇다 할 수도 없다. 진퇴양난의 딜레마다. 중도(中道)의 궁지다. 강우현상을 포함한 세상만사는 이분법적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생각과 언어가 붙을 수 없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하고 ‘언어도단(言語道斷)’의 현상인 것이다. 대승불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용수(龍樹, 서력기원 후 200년 경 활동) 스님의 가르침이다.

  “비가 내린다”는 판단이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강우현상과 무관하게 우리의 생각이 멋대로 만든 말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런 말들을 지껄이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비’도 세상에 존재하고 ‘내린다’는 작용도 세상에 별도로 있는 줄 안다. 이렇게 허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간들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원래 이 세상에 없는 것인데 허구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앞에서 말했던 ‘악순환의 직업’들과 그 발생 구조가 동일하다.

  앞으로 우리사회에서 ‘악순환의 직업’들의 탄생을 장려하고, 이런 직업에 종사하는 장인들을 선발하여 크게 포상하는 일이 활성화 될 경우, 수상(受賞)을 목표로 삼아서 수많은 일자리들이 창출됨으로써 실업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위세서 예로 든 ‘비’가 ‘내린다’는 착각의 예에서 보듯이 어차피 우리는 없는 것을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없어도 될 것을 굳이 만들어 내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의 행정가들이 해야 할 일은 이런 포상을 제도화 하는 것이리라. 이는 취업난 해결을 위한 이 시대의 ‘뉴딜(New Deal) 정책’ 일 수 있다. 그러면 그 주인공은 구체적으로 누가 되어야 할까?

  각 분야의 마니아(Mania) 또는 최근에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덕후(德厚)들이 새롭게 창출되는 산업을 이끌 주역들이다. (덕후란 일본어 오타쿠(お宅)의 발음을 모사하여 우리나라의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애칭으로, 원래는 집에서나 틀어박혀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보는 외톨이를 부르는 말이었는데, 최근에는 어떤 특정 분야에 몰입하여 일가를 이룬 사람의 호칭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면, 전국단위로 종이접기 대회, 외발자전거타기 대회, 네일아트 대회, 미드[미국드라마] 이름과 출연자외기 대회 등등 수백 가지 대회를 개최하고 각각의 대회에서 ‘최고의 덕후’를 선발하여 크게 포상할 경우 이들 덕후들이 중심이 되어 제자를 양성하는 교육산업이 일어나면서 청년 실업이 서서히 자취를 감출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선발 대회와 포상금의 재원은 ‘많은 국민들이 반대했던 FTA’의 특혜를 통해 큰 이익을 얻은 대기업에서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최고의 덕후 선발대회’가 정례화 될 경우, 기업에서는 덕후들 중에서 창의적 인재를 발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의 단초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덕후 선발대회를 정례화 하는 것은 대기업에서도 큰 이득을 주는 윈윈(Win-win)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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