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국가의 위상

동대신문l승인2020.06.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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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대학교 기초교육원 이은봉 교수

  코로나19로 우리 사회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몇 달 사이에 겪었고,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해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5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해 시민들의 잃어버린 일상을 다소나마 돌려주었다.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도 통제와 봉쇄로 일상이 완전히 멈춘 적은 없었고, 사재기로 인한 혼란도 거의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리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일상을 만들어냈다. 생각지도 못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대학은 물론 초 • 중 • 고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자가 격리와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나름의 ‘집콕 문화’를 만들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이전의 일상을 그리워하면서도 새로운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물론 감염병 확산으로 하던 일을 접어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이 자유롭지 못해 경제는 금융위기 때만큼 안 좋아질 것이라 전망한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긴급재난지원 대책을 내어 국민들의 생활에 다소나마 도움을 주고 있으며, 소비를 촉진시켜 경제 회복에 나서고 있다. 세계는 우리의 이러한 유래 없는 모범적 대응을 칭찬하며 배우고자 한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지만 대한민국은 메르스의 경험과 세월호의 뼈아픈 기억으로 인명의 중요성을 깨달았기에 지금과 같은 재난 대응 매뉴얼을 갖출 수 있었다.

  정부는 매일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감염자 현황을 브리핑하고,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며 국민을 안심시킨다. 사실 이러한 정보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그 어떤 정부도, 그 어떤 나라에서도 하지 못하는 투명한 정보 공개임에 새삼 놀란다. 아무리 돈이 많고, 시스템이 갖추어졌다 하더라도 이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자신만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에 쓴다면 결국 국가는 혼란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러한 일들을 배워왔고, 현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대처하는 여타의 국가들을 보며 다시금 깨닫는다.

  게다가 세계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지나친 사회보장이 국민의 근로 의욕을 감퇴시켜 사회 전체적 생산성과 효율성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의 자유 경쟁을 부추긴 이 정책은 결국 빈부의 격차만 가중시켰다. 이 때문에 세계적 대재난에도 부자들은 자신들의 왕국에서 일상을 즐기며 부를 창출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공공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죽어가고 있으며,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코로나와 힘겹게 싸우며 더 가난해질 것이다. “가난한 사람을 두루 도와주되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지 말라(周急不繼富)”는 공자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함께 사는 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공자는 《논어》 「학이」편에서 “국가를 다스리되 나라의 일은 경건하게 처리하고 미덥게 하며, 비용을 절약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백성에게 일 시킬 적에는 때에 맞게 해야 한다(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而時.)”고 했다. 정치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지금과 같은 재난에 처했을 때 경건하고[敬], 미덥게[信] 일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걷은 세금을 절약해 필요한 곳에 쓰이게 하며, 백성을 사랑하는 일 또한 정치가 해야 할 책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러한 정치의 시행 여부에 따라 국가의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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