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자신을 사랑해야만 할 때

“스무 살이 사랑하지도 못하는 만큼 더 아픈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동대신문l승인2016.04.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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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의 벚꽃은 아찔할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한다. 그 아름다움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도 기억도 놓쳐 버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것이 또한 봄날의 벚꽃이다.

  바람에, 비에 순간 쓰러지는 벚꽃을 보고 있을라치면, 잔인스럽다는 감정이 자연스레 가슴을 파고들 정도이다.

  그리고 그 잔인함이 또한 벚꽃의 절정이기도 하다. 그 잔인한 절정에 쓰러진 벚꽃을 머금고 버찌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교정을 걷다보면, 수업에 쫓겨 종종걸음을 치고, 스펙을 쌓느라 시간이 부족하고, 학비를 마련하느라 일에 부대끼는 청춘들을 수없이 만난다. 무엇이 그다지도 바쁜지, 무엇이 그다지도 속을 썩이는지 빈둥대지도 못하는 청춘들이 안쓰럽다.

  스무 살의 청춘이고, 스물 살의 삶이다. 한번 정도는, 한 시절 정도는 한껏 즐기고 한껏 빈둥대어도 좋은 시절, 그것이 스무 살 아닐까? 봄날의 벚꽃처럼, 서슴없이 그 화려한 젊음을 뽐내고, 인생 다 내팽겨진 사랑에도 미쳐보고, 그러다 시리도록 아린 가슴을 부여잡고 술잔을 들이부어도, 스무 살 지금 그대의 청춘이라면 납득해 주어도 마땅한 그런 시절이 아닐까?

  봄날이 몇 날이나 된다고, 만개한 꽃이 몇 시간이나 간다고, 죽을상을 하고서는 마지못해 이력서에 새길 몇 줄 만드느라 신세를 한탄하는 것이 그대의 스무 살이라면, 제발 던져 버리라 팽개쳐버리라 못내 말하고프다!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항의를 할지도 모르겠다. 당신 자식에게조차 하지 않는 소리를 왜 우리에게 하냐고 악다구니를 칠지도 모르겠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편케 해주지는 못할 망정, 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봄날을 못내 참으며 인생을 준비하는 성실한 스무 살 여린 가슴에 왜 못질까지 해대는지 모르겠다고 툴툴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무 살이다. 그냥 스무 살이 아니다. 세상이 장밋빛이라 속삭이며 약속한 내일 때문에 스무 해를 그저 대학에만 가자고 다 포기한 세월이 20년인 스무 살이다. 그마저도 다시 한 번 취업이라는 달콤한 속삭임에 휘둘려 버린다면 억울해서 미칠 스무 살이 또 지금 아닌가?

  하지만 말이다. 한번쯤은 미쳐 버려도 좋을 스무 살이 아닌가? 스무 살이 아니면 또 언제 미칠 시간이라도 그대에게 있는가? 내일은 장밋빛일 것이라는 환상은 한켠에 제쳐두어도 좋을 것이 스무 살이 아닌가? 모든 것을 혼자서 책임지라면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쳐도 모자라지 않을 나이, 그것이 바로 스무 살이기에.

  그런데 그런 스무 살이라서, 그런 스무 살이 사랑하지도 못하는 것만큼 더 아픈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싶다. 스무 살은 그럴듯하게 사랑을 한다. 스무 살은 스펙을 쌓는다. 스무 살은 인생계획을 세운다. 스무 살은 성적에 매달린다. 모두 놓아놓고 보면 스무 살은 단 하나만 한다.

  진짜배기 스무 살은 남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서 세상 같은 것 정도야 멀리 던져 버린다. 그래야 스무 살이니까.

  절정의 순간에 비바람에 쓰러져 땅에 흩날리고 빗물에 찌드는 벚꽃 이파리들이 언제 한줌의 원망인들 있던가. 한껏 피고 한껏 뽐내고 한껏 우쭐했는데. 벚꽃도 한 시절이라 하지만, 그 한 시절은 온통 벚꽃이다.

  벚꽃도 한철이고, 스무 살도 한때다. 지금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지금 자신을 뽐내지 않고, 지금 내 멋을 모른다면, 글쎄 언제쯤 그것이 가증한 세월이 인생에 또 언제쯤에나 있을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자신을 사랑해야만 할 때다. 그것이 스무 살이다.

석길암 교수

불교문화대학
불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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