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워야 할 덕목은?

“진리보다는 역설을, 단정보다는 유보를, 자신감보다는 겸손을” 동대신문l승인2016.03.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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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논단의 성격상 우리 교육제도와 교육방식의 장단점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를 접어두고 본 필자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우리 교육 과정 결과의 가장 큰 한계는 학생들이 학습 및 사고방식이 비교적 수동적이고 경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 학생들의 사고가 유연하지 못한 것은 초중고를 포함하는 전반적인 교육과정에 있어서 학생들이 문제 해결 중심의 주도적인 학습보다는 단순 암기나 정답을 찾는 결과가 아닌가 한다.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면 선뜻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질문에 정답이 있다고 전제하여 잘못 답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기초하는 것 같다. 그룹 토론을 진행해도 많은 경우 학생들은 개개인의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논쟁하기보다는 무언가 하나의 답을 찾거나 합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합의가 이루어지면 토론을 빨리 종료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회의 문제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가르치고 토론 과정을 중시하는 서구교육 과정과는 매우 대비된다.

  우리 인간의 경직된 사고는 정도의 차이일정 매우 보편적인 현상인지도 모른다. 단적인 예로 전통적으로 우리대학의 사명과 역할을 “진리탐구”라는 표현에 담아왔다. 종교기관에 가면 구원을 찾고 교육기관에 오면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 기초한다. 대학은 이제 진리를 찾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진리라는 것을 찾기 어렵고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학과 학문의 세계에서 그래도 고무적인 변화는 최소한 사회과학분야에서는 과학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에 관한 학문이 수학이나 물리학처럼 과학이 될 수 없음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또한 아직도 진리 추구인양 법칙이나 인과관계를 검증하려는 경향이 주류를 차지하지만 경제학, 심리학을 위시하여 많은 이론과 논의들이 인간이성과 연구 성과들이 증대되어 왔다는 것이다. 앎의 영역을 넓혀가기보다는 무지의 영역을 자각하거나 줄여나가는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답과 진리를 찾는 경직된 교육은 편견과 독선이 가득 찬 인간을 길러내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를 신중심의 중세유럽에서, 성리학 중심의 조선에서, 그리고 근대에 와서는 인간 중심의 이성과 과학의 시대에 목도하고 있다. 대학에서의 잘못된 교육은 너무 자신만만하고 편협하고 독선적이고 위험한 인간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사회에 나가면 독선적인 교육가, 무모한 정책을 입안하는 관료, 그리고 자아도취적인 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이제 대학생들은 대학에 와서 진리추구보다는 우리의 삶과 세상,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나 현상은 불확실하고, 모순적이고, 그리고 역설적이라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 학생도 대학과 학문이 더럽고 타락한 현실과 정치와 분리된 순수하고 고상한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지식과 학문의 세계에도 권력과 이해관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대학과 학문의 세계에 이성과 합리성을 지식 권력의 무기로 사용하는 집단과 불합리, 부조리. 혼돈을 갑옷으로 무장한 세력 간의 싸움에서 전자가 득세하고 있는 세상과 살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최근 우리 대학의 모습이 덕성 잇는 자유 시민을 양성하기 보다는 국가 경제발전에 필요한 길들여진 인재 양성이라는 도구적 가치를 실현하는 시녀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대학에 와 배워야 할 것은 세상에 진리보다는 모순과 역설이, 하나의 정답보다는 다양한 주장과 이론이, 단정보다는 판단 유보를, 성급함보다는 기다림이, 자신감보다는 겸손함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캡처15.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95pixel, 세로 130pix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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