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

불교학부 3l승인2019.11.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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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탐욕과 화냄, 어리석음을 가리켜 세 가지 독(毒)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출가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으신 선사(禪師)들의 일화를 듣다 보면 제자의 어리석은 물음에 크게 호통을 치는 모습이 나온다. 분명 부처님 말씀과 대비되는데, 이 아이러니한 모습에 왠지 고개가 끄덕인다. 오히려 화내는 그 모습이 불교답다고 할까.

모두가 살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던 일제강점기, 어느 시인은 너무도 쉽게 시를 쓰고 있는 아이러니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또 다른 시인은 군부독재를 살아가며, 언론과 자유의 탄압 앞에서는 한마디 말도 못 하다가 기름 덩어리 갈비탕을 보고 주인장에게 분괴(憤愧)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이러니하다고 느낀다.

세상이 시끄럽다.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을 놓고 벌어진 싸움은 끝이 없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촛불을 드는 것도 하나의 표현이고 삭발을 하는 것도 하나의 표현이다. 우리가 선출한 우리의 정부에 할 수 있는 당연한 표현이고 권리이다. 그래서 어느 모습이든 살아있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지금, 대학생인 우리는 어떤가. 너무도 조용하다. 진보인가 보수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부당함 앞에서 정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갔던 대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너무도 조용하다. 아니, 그 시절은 그래도 취업은 잘 됐다니까. 지금은 취업도 어렵고 물가마저 높아서 살기가 팍팍하다고 하니, 그래서 나랏일까지 돌아볼 겨를이 없다고 하자.

그래도, 아무리 바빠도, 우리가 다니는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일까지 내버려 둘만큼 시간이 없을까. 동네 술집에서 붙은 작은 시비에는 큰소리치며 싸운다. 하지만 4년째 소송 중이라는 학생복지에는 아무런 말이 없다. 입학할 때 시작한 소송이 졸업할 때까지 이어지며 불만은 쌓였는데, 항의는 없다.

작년 1월 중국의 해커들이 학교 전산망에 침입해서 개인정보를 해킹하는 사건이 있었다. 1년 넘게 학교도 몰랐던 일을 행정안전부 점검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총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말이 없다. 단지 면피를 위해 홈페이지 구석에 공지만 해놓았다. 앞에서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했지만, 뒤에서는 조용히 일을 덮으며 학생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임기 중 오점 하나 남기기 싫어하는 학교는 학생들을 기만하는 가장 큰 오점을 남겼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목숨마저 위험했던 그 시절, 지식인이었던 시인 윤동주와 김수영은 아이러니한 자신들의 모습을 돌이켜보며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분들보다 좋은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이지 않은가. 우리 학비 내고 다니는 우리 학교이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도 오늘을 살아가는 지식인이지 않은가.

어떤 표현이든지 자유롭다, 이것은 권리이다. 하지만 어떤 표현도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권리를 버리는 어리석음이다. 화가 나야 맞는데 헛웃음만 나오는 아이러니한 내 모습을 보며, 어느 시인의 말을 새겨본다.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불교학부 3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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