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언제든 장애를 가질 수 있다.

오지승 기자l승인2019.11.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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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승 기자

이번 제1603호 신문 제작 당시 심층보도를 맡아 교내 장애인 시설들의 취재를 진행하던 중, 1년 전에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베리어프리(barrier free) 조사단’ 활동에 직접 참여한 기억이 떠올랐다. 베리어프리 조사단은 배정 장소를 돌며 상가 건물 내 마련된 각종 장애인 시설이 잘 조성돼 있는지 직접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진행했다.

당시 나는 실제로 경사로가 있어도 휠체어가 올라갔을 때 무게를 견디지 못하거나, 경사로를 통해 휠체어가 진입하더라도 가게 내에서 휠체어가 이동하기에 폭 넓이가 불충분 한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위한 점자블록이 건물 안에서 끊기거나 엉뚱한 곳으로 이어져 있고, 장애인 화장실의 내부는 보행을 돕는 손잡이가 없는 일도 있었다. 이때 나는 ‘비록 지금 장애가 없는 몸으로 시설들을 조사하고 있지만, 실제로 내가 몸의 어떤 부분에 이상이 생긴다면 곧바로 이 시설들을 이용할 때 엄청난 불편함을 겪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교내 장애인 시설을 돌아보고 난 후, 나는 한 번 더 같은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장애’라는 것이 지금 당장 내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도의 숨을 쉬게 하는 것이라면 안 된다. 실제로 우리학교의 ‘장애학생 지원센터’에 취재를 갔을 때, 장애학생지원센터 현성우 과장은 “장애학생들이 자신이 장애가 있음을 알리기 싫어하며, 무작정 장애학생을 불쌍하다, 도움을 줘야 한다는 시선을 보는 것은 장애인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겨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듣고 어쩌면 우리가 과연 장애가 있는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언어로 차별하며 그들을 규정해놓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우리는 장애인을 위한 ‘혜택’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장애에 등급을 부여해 정렬시킨다. 때문에 장애인 등급제 폐지 요청에 대한 운동이 일어나고, 시행되고 있는 것 또한 이와 관련 깊다. 장애인의 욕구와 환경이 다양한 것에 비해‘장애 등급’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점으로 혜택이 제공돼 실제 장애 피해나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애마저도 등급이라는 경쟁 사회로 이끌어 버린 것이다.‘장애’라는 것이 자신이 원해서 생기게 되는 것이 아님을, 눈을 뜨고 일어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 한 채 우리는 너무 남의 일처럼 살아가고 있다. 2019년이 돼서야 법정의무교육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이 필수로 재정된 것처럼 이러한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나는 아주 오래전 작업장에 장애인들을 고용해 장애인이 만들었다는 광고로 상품을 납품하고, 장애인들의 고혈을 쥐어짜던 아버지가 벌어 온 돈으로 자란 적이 있었다. 그런 내가 장애인 시설에 관해 취재하고, 그것이 잘못된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이 글을 쓴다는 것으로 그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


오지승 기자  wltmd07016@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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