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의 진리

불교학부l승인2019.11.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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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명스님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고 하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올해는 유난히 가을에 태풍이 많이 와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그래도 공부하기에 딱 좋은 날씨이다. 또한 첨성대에는 핑크 뮬리의 분홍색이 아름답고 각지에서 온 청춘들의 즐거운 모습이 사진으로 보관되기에 바쁘다. 또한 학교는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평가하는 중간고사와 각 학과마다 학술제 등이 다채롭게 준비되고 있다. 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자기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직종에 취업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모두들 각자가 이 계절에 맞게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아울러 중간고사 이후에는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 들고 한 학기를 마무리하게 되며, 또한 1학년 때 앳된 모습의 학생들이 어느덧 졸업을 앞둔 모습에 시간의 무상함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우리는 보통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면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 대하여 부정이 아닌 긍정의 마음으로 바라보며 최대한 효율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가 나에게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진정한 가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호흡하고 움직이고 살아가는 이곳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런 비유가 있다. 

옛날 중국에 한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해가 저물어 밥을 지으려고 보니 솥 가마에 불씨가 없었다. 등불을 들고 십 리 밖 이웃에 불을 구하러 갔다. 이웃은 불씨를 건네주다 말했다. 이 사람아, 들고 있는 등불을 두고 어째 이리 먼 길을 왔는가.?? 등잔이 곧 불인 줄 알았더라면  지금쯤 식구들과 둘러앉아 맛있는 저녁을 들고 있을 것이다.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에는 세상의 온갖 스승들을 찾아 길을 나선 선재(善才)의 구도기가 실려 있다. 부처와 나한뿐만 아니라 거지에게까지 삶의 진실을 구하던 그에게 마침내 진리의 보살이 현신한다. 놀랍게도, 그곳은 자신이 처음 길을 떠났던 바로 그 자리었다.

서양에도 비슷한 모티브가 있다. 메테를링크의 파랑새 이야기이다.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길을 떠난 사람이 세상의 온갖 풍파와 어려움을 겪은 다음, 지치고 쇠잔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의 파랑새가 바로 자기 집 뜰의 나뭇가지 위에서 금빛으로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불교는 말한다. 진리는 너무 가까이 있다. 너무 가까워 오히려 그것을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항상 자기 발밑을 살피라고 하는 것이다.  

또 이런 일화가 있다.

진리를 얻고자 하는 어느 동안의 어린 스님이 먼 길을 마다하고 조주 스님을 찾아와 엎드려 간청하는 것이었다. “스님! 저는 이 절에 처음 왔습니다. 사부님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지극한 도를 가르쳐 주시옵소서” 긴장감이 도는 순간이었다. 조주 스님은 말씀했다.
“아침은 먹었느냐?” “네, 먹었습니다” 조주스님은 말씀했다. “그럼 가서 밥그릇을 씻어라”
그동안의 어린 스님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즉, 참된 가치는 일상생활 속에 밥 먹고 차 마시는 행위 속에 있는 것이지 이러한 범위를 벗어나서 또 다른 세계에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가을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가 호흡하고 살아가는 이곳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귀중한 이웃들과 많은 경험들을 나누었으면 한다. 


불교학부  혜명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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