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성적을 사네”, 용돈벌이 수단으로 사용되는 족보거래

공정성 논란 속 SNS,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매매 확산 홍지현 수습기자l승인2019.11.0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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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학교에서는 족보에 기록된 문제가 그대로 출제돼 논란을 빚었다. 그로 인해 일명 ‘꿀강의’라 불리던 강의의 시험 방식이 이번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전면 교체된 일이 있었다. 몇몇 응시자는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당황스러움을 표출했다. 실제로 해당 과목을 수강 중인 박준호(가명) 학생은 “족보만 믿고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문제 유형이 이전과 다르게 출제돼 혼란을 겪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이에 대해 족보로 ‘참교육’을 당한 사례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족보란 무엇인가?
족보는 특정 과목의 기출문제가 정리된 자료집으로 주로 학생들에 의해 제작, 유통된다. 제작 과정은 대개 해당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시험을 본 후 문제를 기억해 기록하는 방식이다. 문제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학생이 모여 같이 문제를 기억해내기도 한다. 몇몇 사이버 강의의 경우 응시 장소를 따로 지정하지 않는다. 해당 강의들은 PC방 혹은 개인 PC로 시험을 응시할 수 있기에 문제와 보기를 그대로 보관할 수 있다. 시험을 치는 동시에 문제를 사진으로 찍거나 캡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과목의 족보여도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얻는 것은 아니다. 족보의 완성도는 제작자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기초적인 수준은 시험문제가 출제된 부분만이 강조돼 있는 족보다. 교재나 프린트에 시험 출제 부분이 형광펜으로 표시돼있다. 또한 표시된 부분 위에 시험문제나 보기가 적힌 경우도 존재한다. 가장 높은 수준의 족보는 문제와 보기, 정답이 표기돼 있는 것이다. 해당 유형의 족보는 시험을 치며 문제를 저장할 수 있는 사이버 강의에서 주로 존재한다. 해설까지 적혀있는 족보는 접하기 쉽지 않다.

족보 전달의 실태
대부분 족보는 선배가 후배들의 공부를 돕고자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엔 족보 전달의 방식이 바뀌며 의미 또한 상업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다.
 과거 족보는 선배가 후배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전달됐지만 최근엔 sns와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활발하다. 학생들은 주로 에브리타임을 통해 족보를 전 수강자로부터 구입한다. 구입 희망자가 해당 과목의 족보를 구한다는 게시글을 올리면 판매자가 댓글을 남긴다. 그 후 쪽지 기능 혹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거래가 성사될 경우 구매자는 족보를 받게 된다.
 가격은 여러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완성도가 낮거나 인터넷에서도 구할 수 있는 족보는 대개 낮은 가격이 책정된다. 또한 교양 과목보다는 전공 과목의 가격이 비교적 비싼 금액으로 거래된다. 족보의 액수는 평균적으로 3천원에서 5만원 사이에서 형성된다. 3천원보다 저렴하거나 10만원을 호가하는 족보 또한 드물게 존재한다. 현금 대신 판매자가 원하는 기프티콘과 족보를 교환하는 경우도 있다.
 사이버 강의의 경우, 인터넷에서도 기출문제와 정답이 기록된 정리본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여러 학교가 공통으로 동일한 강의를 수강하고, 시험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이버 강의의 특징 때문이다. 구글 검색창에 강의명 등의 몇 가지의 키워드만 입력해도 족보 판매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근래에는 역으로 족보 소지자가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판촉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에브리타임에 자신이 가진 족보의 과목을 소개하고 연락을 기다리는 방식이다. 번거로움을 꺼리는 판매자는 레포트 판매 사이트에 자신이 소지한 족보를 등록하기도 한다. 수수료를 업체에 제공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거래과정이 단순하고 다수의 학생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될 경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기에 구매자들에게도 호응을 얻는 방식이다.

엇갈리는 족보 찬반 의견...학교 측의 대응은?
족보 문화 찬반의 가장 주된 논점은 공정성이다. 족보 문화에 찬성하는 측은 “족보는 인간관계를 통해 얻은 하나의 보조자료일 뿐” 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족보를 가진 대상자가 한정적이라는 것 자체가 시험의 불공정성을 의미한다”고 비판한다. 족보가 공부의 본질이 퇴색시키는 점 역시 찬반의 쟁점에 올랐다. 전공 과목을 족보로 준비해 높은 성적을 받았다고 소개한 학생은 “이미 해당 과목은 족보가 유명해서 이론은 전혀 공부하지 않았다”며 “편리한 점도 있었던 반면 진정 배움에 의미가 있는지 의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진 학교 측에서 족보 문화에 대한 인지는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무처 측은 “시험 출제에 관한 권리는 전적으로 교수와 학과 사무실에 있기에 족보 문제는 해당 학과 사무실에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교내 사이버 강의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파라미타칼리지 측은 “족보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올 경우 담당 기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 는 의사를 보였다. “강의 제공처가 외부다 보니 시험을 온라인으로 보게 되었고, 이 점이 족보가 생기게 된 원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족보의 존폐 여부를 떠나 대학의 목적인 지성인으로 거듭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지현 수습기자  hjh000317@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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