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살아나니 "임대료 더 내라"...황리단길 상인들 ‘울상’

사라지는 경리단길, 연남동...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핫플레이스들 "몸살" 이영준 기자l승인2019.10.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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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이후 최대 소위 ‘인스타 명소’로 불리며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경리단길, 로데오거리, 해방촌, 연남동등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예술가, 젊은 층, 소상공인들이 부흥시킨 거리에 다세대 건물주들로 인해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들이 빠지게 되며 거리가 침체되는 현상이다. 최근 황리단길에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뭐길래...사라지는 핫플레이스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가 노동 계층이 살고 있는 런던 구역이 중산층과 상류 젠트리(Gentry, 귀족은 아니나 재력이 많은 이들)에 의해 바뀌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용어다.

낙후 지역이 외부 청년, 소상공인들의 유입으로 지역이 활성화되고 이후 집값이 올라가며 거대 건물주들의 등장으로 원주민과 소상공인들이 떠나게 되어 지역이 다시 쇠퇴하게 되는 현상이다. 덧붙여 젠트리피케이션은 기성 골목상권과 영세상인들에 불이익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문화적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다. 각 지역의 골목상권은 그 지역 만의 특색을 가진 토착 문화적 성격을 기반으로 발생한 문화상권이기 때문이다. 경리단길 또한, 수제맥주로 인해 유명해진 것처럼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고유색이 있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외부 거대업체에서 관심을 가지면 아기자기한 카페와 먹거리, 지역색이 아닌 어디서나 볼 수 있던 관광상품과 대형 프랜차이즈들만 남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단길의 원조인 경리단길은 이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발길이 끊겼다. 경리단길의 경우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집값 인상폭이 10.16%에 달하며 전국 평균인 1.21%와 약 7배 이상 차이가 나는 집값 상승률을 보였다. 그 결과 현재의 경리단길은 영세상인도 떠나가고 찾아오는 이도 없는 죽은 상권의 거리가 됐다. 로데오거리와 연남동, 해방촌 또한 이러한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장기적인 문화적 손해를 입힌 것이다.

빠져나가는 원주민들, 황리단길도 “몸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황리단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릉원, 천마총, 월성과 같은 경주의 전통적인 관광명소를 제치고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황리단길의 경우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3.3㎡당 2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오른 점포도 있는 등, 입소문을 탄 이후 거리의 집값이 2016년에서 2017년 사이에 최대 10배나 뛴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화된 상태라고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17년 tvN의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에서도 황리단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언급하며 경계했다. 현재도 통계에 따르면 기존 황리단길 영세상인 중 80% 가량의 업주들이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황리단길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지역 분위기 속에서 이영석 경주시 부시장은 지난 2월 14일 “젠트리피케이션이 뭐가 문제냐”며 “자기가 높은 임대료를 못 내서 나가는 건데 자본주의 사회에 충분히 있는 일”이라고 말하며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대거리, 경리단길, 명동 등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이후 겪은 부작용들을 염두에 두며 황리단길도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주시는 중요한 문화관광 컨텐츠를 잃어버리기 전에 본격적으로 검토해야한다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이다. 해당 현상을 막는 것은 상당히 어려우며 현재의 어떤 제도로도 젠트리피케이션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대두 이후 주요 국가들에서는 특정 도시, 거리들의 쇠퇴가 일어나기 시작하며 이를 방지하려는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시는 프랑스로 특정 상가 지역 전체를 정부가 매매하여 지역 상인들에게 장기 임대를 내주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을 진행하면 지역의 집값이 특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더불어 프랑스는 소매상업, 수공업, 문화예술업에 대해 타 용도로의 전환을 막으며 지역 특색을 잃는 것 또한 법으로 막는 정책을 시행했다. 

독일의 경우 퀼른시의 위치한 에렌펠트에서는 지역주민 공유경제를 위해 공동작물재배, 공동주거단지를 설치하는 레이첼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역경제를 공유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늦추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에서 또한 해당 논의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역자산 공유화를 주요로 하여 지역자산 관리조직을 운영하고 공유자산기금을 조성해 임대료등 자산가치 상승분의 일정비율을 적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발의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의 2배 범위 안에서 초과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젠트리피케이션을 관련한 국내 법안 중 가장 강력한 법안이다. 

타국의 사례들처럼 황리단길 또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원주민과 관광객, 지역이 공존하는 방안으로 해결해갈 수 있게 하는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황리단길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한 관계당국과 지역사회의 협동이 요구된다.


이영준 기자  summter@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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