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약자들, 숨어야 할 이유도 약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이영준 기자l승인2019.10.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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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준 기자

본보 1601호 취재 당시 학생운동사에 대해 취재하던 도중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다루는 부분을 취재하며 다시 기억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2018년 12월 일어난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사건이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머리가 절단돼 숨진 사건으로 2인 1조로 관리해야 한다는 안전 수칙을 기업이 어긴데다 열약하고 가혹한 노동환경이 문제가 된 사건이다. 사고 이후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정치계, 노동계를 다니며 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김용균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러한 김미숙씨의 활동에 일부 네티즌들은 “아들이 죽은 엄마가 어찌 저리 당당히 활동하냐”며 비판을 하거나 “이제 그만하라”, “피해자 유가족 답게 행동하라”는 댓글들도 있었다. 우리의 편견 속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는 어떤 모습인가, 비탄에 젖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땅을 치고 우는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면 자식을 잃은 부모는 계속해서 비탄에 젖어야 하고 계속해서 땅을 치고 울어야 할까?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 소수자, 유가족과 같은 이들을 옥죄이는 것은 “피해자다움”과 “약자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지원 정책에도 성폭력 피해자가 취약한 상태, 병리적인 상황이라는 요소를 갖추어야 지원이 이루어진다. 피해자는 도망치고 숨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성폭력 외에도 학교폭력, 산업재해, 국가적 재난 어느 하나를 가리지 않고 피해자들은 슬프고 비탄에 빠져있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피해자를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잊어라”며 피해자에게 위로를 가장한 침묵을 강요하기도 한다. 설령 그것이 악의적인 의도가 없더라도 이러한 행동은 피해자의 힘을 빠지게 한다. 


“약자다움”의 틀도 견고하다. 소수자는 부족하고 순수하고 불쌍한 이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화 ‘주토피아’에서 주인공인 주디는 토끼라는 이유로 경찰이 되지 못한다는 편견을 한 몸에 받았다. 토끼는 작고 약한 존재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앞서 말한 고 김용균씨에 대한 반응에서도 편견은 존재한다. 김용균씨의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으면 모두 안타까워 하지만 김용균씨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싸웠던 인물이라는 것을 알면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약자가 아니었다며 넌더리를 치는 이들도 있다. 편견 속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편견은 우리들의 생각을 지배한다. 편견만으로 살아가 다른 사람들을 자신도 모르게 차별하고 동정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편견을 가진 자신이다. 혐오와 차별, 분쟁은 차이와 공감의 문제에서 오기도 하지만 동정과 보호라는 탈을 쓴 편견에서도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 흔들리면 말도 안된다며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다. 


가해자의 얼굴을 보며 증언하는 피해자도 있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소수자도 있다. 세상 모든 피해자가 숨고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세상 모든 소수자가 약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와 소수자는 숨어야 할 이유도, 약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이영준 기자  summter@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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