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차향에 충담스님을 그리며

손수협 (경주박물관대학 교수)l승인2019.03.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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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협경주박물관대학 교수

봄날 차 향과 함께

월정교를 걸어보길

 

봄은 온화한 기운에, 맑은 물소리, 꽃단장으로 정성을 다해 갖추고는 우리를 찾아옵니다. 강 가 연두빛 능수버들은 바람을 즐기고 새들의 노래가 경쾌합니다. 이런 계절의 모습과는 다르게 우리 사회는 온갖 추악함들이 판을 치니 민망할 뿐입니다. 공직비리, 사법농단, 특혜채용, 마약과 음란 등이 정계, 재계, 학계, 언론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소위 지도층이라든가 고위층들의- 추악한 민낯들. 그러고는 부끄러움도 자존도 책임도 없는 회피. 역사에서 길을 물어 정직하고 신뢰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우리사회, 우리나라를 그려봅니다.

 

신라 때 충담스님이 계셨습니다. 《삼국유사》에 나타나는 ‘충담사’관련 내용입니다.

 

경덕왕이 나라를 다스린 지 24년 3월 3일, 왕이 귀정문 누각에 나가 신하들에게 일렀다. “누가 위의(威儀) 있는 승려를 데려올 수 있겠느냐” 마침 잘 차려 입은 승려가 지나고 있었다. 그를 왕에게 데려 오니, 왕은 “내가 말하는 위의 있는 중이 아니다”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그 때 한 승려가 납의(衲衣)를 입고 앵통(벚나무 통)을 지고 남산 쪽에서 오고 있었는데, 왕이 보고 기뻐하여 궁궐 누각 위로 영접했다. 통 속을 보니 차구(茶具)가 들어 있었다. 왕이 물었다. “그대는 누군가?” “소승은 충담이라고 합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3월 3일과 9월 9일에는 차를 달여서 남산 삼화령의 미륵세존께 드리는데, 오늘이 마침 삼짇날이라 차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나에게도 그 차를 한 잔 나누어 주겠는가” 스님이 차를 드리니 향과 맛이 뛰어났다. 왕은 다시 물었다.

“일찍이 들으니 스님이 기파랑을 찬미한 사뇌가가 그 뜻이 무척 높다하니 그 말이 과연 옳은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백성을 편히할 수 있는 노래를 지어주시오.”

충담은 이내 왕의 명을 받들어 노래를 지어 부르니 왕은 아름답게 여기고 그를 왕사(王師)로 봉했으나 충담은 두 번 절하고 굳이 사양하여 받지 않았다.

 

안민가의 내용은 대강 이렇습니다.

나라에서는 임금은 아버지요, 신하들은 어머니라 할 것이니,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듯 임금과 관리들이 백성을 살피고 사랑하여 백성들의 입에서 “이 나라를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한다면 나라는 평안할 것이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바르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충담스님은 왕의 스승 자리도 사양한 채 수행자의 본분을 지킵니다. 그러면서 왕과 관리에게 정신 차려 본분을 잊지 말라는 호통을 노래에 담았지요.

봄 날 하루, 커피가 아닌 차 한잔 담아 1천 3백년 쯤 전 충담스님이 걸으셨던 길, 남산에서 월정교를 지나 월성을 걸으며 안민의 노래를 새겨보기를….

 

※ 충담사의 <찬기파랑가> 향가비(2007년 제작)는 현재 계림 안에 세워져 있다.


손수협 (경주박물관대학 교수)  press@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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