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불이 붙다

김성철 (불교학부 교수)l승인2018.11.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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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불이 붙다

 

귓가 가득

▲ 김성철 (불교학부 교수)

긴 이명 같은 매미 소리 

잦아들고

허공에 샘이 있나?

간혹 부는 

살랑 찬바람에

지리한 여름의 현기증 추스를 때

산야를 덮었던 짙은 초록

계절의 한 귀퉁이에 불이 붙다. 

 

순식간에 

온 산야에 불이다.

불이다. 불이야! 불이야! 

 

그 불길 

온 잎새로 번져

이글이글 타오르는 

은행나무의 노란 화염

붉게 달아올라 찬란한 단풍 

벌써 꺼지는가? 상수리의 갈빛 잎새 ...

시간이 저지른 계절의 화재 

 

하여,  계절이 일으킨 불길로

온 산야가 타다가 타다가

불길은 제 물에 꺼지고

화재의 잔해 낙엽되어 뒹굴고

마른 나무 앙상한 가지

산야는 숱덩이 같은

무채색 

 

남은 것이라곤

앙상한 가지로

공연히 빈 하늘 찌르는

마른 나무

우두커니 선 

 

그리고 겨울


김성철 (불교학부 교수)  press@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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