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없어도...내겐 날개가 있는데!”

고통이라는 이름의 예술, 프리다 칼로 동대신문 경주캠퍼스l승인2015.09.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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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에 깁스를 한 소녀가 침대에 누워있다. 병문안 온 남자가 환자인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녀는 연필을 집어 들고 깁스 위에다 나비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남자를 향해 자신이 나비를 다 그리기 전에 방에서 나가라고 한다. 나비가 되기 전 고치에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애벌레 같은 모양을 한 그녀의 깁스는 크고 작은 아름다운 나비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다.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의 중상을 입고도 프리다는 결코 그 고통이 그림을 향한 그녀의 열정을 방해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나비 그림을 더 이상 그릴 공간이 없게 되자 그녀는 침대위에 거울을 설치하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캔버스에 그린다. 비록 침대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상태이지만 그림 속 그녀는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자크 라캉의 상상계에서 어린 아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완전한 상태로 오인하는 것처럼 캔버스에 그려진 그녀의 모습은 전차 사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불완전한 자아상이 아니라,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도달했을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상상계적 그림은 언어를 매개로 하는 상징계로부터의 퇴행이 아니다. 프리다에게는 남다른 상상의 능력이 있다.

상상력이란 감성과 오성을 매개로 하여 인식을 성립시키는 능력이라고 칸트는 정의한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해야 할 큰 사고를 당했지만, 그 사고의 고통은 그녀를 절망과 좌절에 빠지게 하는 대신 아픈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이를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창조해 내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녀가 처해 있는 현실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녀가 병상에서 처음 그린 자화상 속의 모습은 우아한 고전적 초상화의 패턴을 따르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관객을 쏘아보는 것 같은 날카로운 눈빛은 육체적 고통에 절망하지 않는 그녀의 강인한 내면세계를 반영한다. 작은 몸에서 눈은 그녀의 다른 모든 부분에 생명력을 부여하여 비록 왜소한 체구에 상처투성이의 육체를 지니고 있지만 프리다를 그 누구보다도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으로 보이게 한다.

프리다의 삶과 그림을 향한 열정은 당대 멕시코 최고의 화가 디에고와 운명적 만남에 이르게 하며, 그녀의 작품세계에 매료된 디에고는 프리다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생활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아 그녀는 감당하기 힘든 난관에 부딪히지만 그때마다 그 고비를 회화적 표현으로 승화시킨다.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임신을 했지만 유산을 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태아와 자신의 우주적 만남을 캔버스 위의 그림으로 남긴다. 현실에 대한 저항과 고단한 삶을 견디는 힘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 고통의 승화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프리다는 기관지염으로 시달리면서도 멕시코에서 열리는 자신의 첫 개인전에 간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는 의사의 충고대로 그녀는 침대와 통째로 옮기게 하여 자신의 전시회를 보러 간다. 침대가 놓인 전시장 벽면에는 서로의 심장을 드러내고 있는 <두 명의 프리다>가 걸려 있다. 심장을 도려낼 만큼의 극심한 고통을 겪은 그녀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이를 극복하여 마침내 두 발이 없이도 자유롭게 날 수 있게 된 침대에 누운 프리다가 거기 있다.

이번 여름 소마 미술관에서 열린 프리다 칼로 전에서 나는 양 손에 슬픔과 고통을 붙들고 있는 그녀를 다시 만났으며, 인간을 진정으로 성숙하게 하는 것은 기쁨과 즐거움 같은 감정이 아니라 고통과 슬픔이라는 것을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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